시동인 「원탁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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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우슈비츠 학살후 시쓰기가 가능했겠는가. 그렇다고 60, 70년 세대인 우리가 어떻게 민중시를 쓸 수 있겠는가. 때문에 우리는 80년대에 한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그러나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될 것 아닌가. 기성세대지만 그중에서 뭔가 새로움을 추구해야 될 것 아닌가. 파격이 아닌한 좀더 진보적 자세를 취해야 되지 않겠는가.』
동인지 30호 특집 간행을 앞두고 동인으로서의 새로운 문학적 지향점 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원탁시」동인(회장 박홍원). 1967년 고 김현승시인의 지도하에 시에 권일송·문범란·박홍원·범대순·손광은·윤삼하·정현웅·황길현·김현곤씨, 소설에 안영, 평론에 구창환씨등이 주축이 되어 출발한 『원탁문학』은 계간으로 동인지를 내오다 1969년 10집을 내면서 순수시동인지로 성격을 확보, 「원탁시」동인으로 바꿔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국내 최장수 동인이다.
창립멤버 5명을 포함, 현재 동인은 25명이며 대부분이 대학내지 중등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러나 80년 5·18을 거치면서 대부분 순수서정에 기초한 이들의 시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젊은 시인들이 외면, 그들을 받아들여 동인의 전통을 잇게하지 못하고 회원들 대부분이 40대에서 고희까지에 이르는 노령화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젊은층을 끌어들이기에는 대학의 사제관계, 심지어 문도채씨와 광주의 젊은 시인 임동확씨의 장인·사위관계등 세대차가 너무 나 현실적으로 동인으로서 둥근테이블에 같이 어울리기 어렵다고 하나 근본적 문제는 전통서정과 광주의 5월정서의 괴리다.
「원탁시」동인은 30호 기념동인지발간을 앞두고 이제 25년이라는 한세대가 지나갔으니 일단 원탁시사를 정리하고 동인의 새로운 지향점을 모색, 90년대 광주정서를 개발, 젊은층들로 하여금 최장수 동인으로서의 역사를 잇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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