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GM경차 개발본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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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네 돌을 맞은 GM대우의 마이클 그리말디(54.사진) 사장은 11일 "성공 신화의 제2막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8월 이 회사의 두 번째 사장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인천 부평 공장에 마련한 기자회견에서다. 성공 신화의 첫 프로젝트는 경차. GM그룹의 글로벌 경차를 GM대우에서 개발한다는 포부다. GM대우의 판매 대수는 2002년 41만 대에서 가파르게 늘어 올해 150만 대를 넘본다. 이런 기세로 내수 2위 고지를 향한 의지도 내비쳤다.

◆ "한국은 GM의 경차 생산본부"=그리말디 사장은 "GM대우에 GM그룹의 경차 개발본부를 두고 마티즈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아키텍처'(신차의 뼈대와 구동장치 및 차체 등을 일컫는 개념)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미 GM 본사가 GM대우의 능력을 인정하고 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뜻"이라는 주석도 덧붙였다. 이미 디자인 개발 작업에 착수해 3~5년 뒤에 아태 지역과 유럽에 글로벌 브랜드로 판매할 계획이다. 그리말디 사장은 "GM그룹은 세계 경차 시장(약 400만 대)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GM그룹 산하의 경차는 마티즈와 미니 MPV(다목적 차)인 아길라 두 가지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5% 수준.

물론 GM대우의 생산 라인업은 다양하게 유지된다. 토스카 디젤 모델(연말), 라세티 디젤 모델(내년 초), 2인승 스포츠카 G2X로드스터(내년 하반기) 등 신차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대형 세단 스테이츠맨의 후속 모델도 개발 중이다.

◆ "당면 맞상대는 기아자동차"= 그리말디 사장은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숙제를 생산비 절감으로 봤다. 중국 등 저비용 생산국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품질을 높여 내수 판매에서 기아차를 제치고 2위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판매 대수의 92%는 수출로 내수가 취약한 편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GM의 일원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2위에 오르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최대한 활용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올 들어 9월까지의 내수 판매 실적은 현대차가 59%, 기아차가 23%, GM대우가 10%다.

조부모가 이탈리아계인 그리말디 사장은 "한국 소비자는 이탈리아 사람처럼 디자인과 품질에 민감하다"며 "그런 점이 GM대우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투자를 계획대로 이행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GM캐나다 사장을 지낸 그는 현재 GM 본사의 부사장을 겸하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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