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북한의 핵」/소련측 정보 믿을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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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6년뒤」 아닌 「6개월」에 충격적/대북한 국제압력 겨냥한 전술일 수도
북한이 6개월이내에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서방언론의 보도가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가뜩이나 군사적 긴장이 감소되고 있지 않은 한반도에 치명적인 또다른 긴장요소가 가미돼 동북아 전체의 군사균형이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6개월이라는 사한은 지금까지의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서방측 평가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서는 『현재의 기술수준은 무기제조에까지는 미치지 못하며 다만 제조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제감시하에 두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됐었다.
지난 4월만 해도 월포위츠 미 국방차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에 대해 『개발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미국은 소련의 철저한 핵확산통제와 북한의 자체기술 능력부족을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번 부시­고르바초프회담과 잇따른 미소 외무장관회담에서도 주로 「장차 개발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거론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수락할 듯한 시사까지 있어 「북한의 핵」에 대한 우려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의 보도를 볼때 ▲북한의 기술개발 루트가 동독과 루마니아로 소련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며 ▲제조시일도 「5∼6년뒤」가 아닌 「6개월」이고 ▲국제핵감시 수락도 소용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이같은 전제들이 뒤집어지면서 더욱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같은 정보가 소련으로부터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동구와 제3세계의 핵에 대해 자국의 방대한 첩보능력으로 철저히 통제해 왔으며 북한의 핵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별로 걱정하지 않았던 소련이 왜 갑작스레 「전혀 모르고 있었던 듯」 정보를 공개했는지에 대해 석연치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에 관한 직접 증거를 결코 공개하지 않아왔 듯,이번 소련관리의 발언도 증거가 제시되지 않아 아직은 주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소련관리의 정보는 북한이 IAEA사찰을 수락하는 시사를 했음에도 불구,아직 소ㆍ북한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어 국제적인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거나 북에 대한 광범위한 「변화」압력의 일환으로 해석하려는 시각도 없지않아 그 진위를 가리기가 아직은 이른 것 같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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