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집에 불 났어 … " 딸 전화 받고 달려갔지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3일 오전 7시10분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온모(39)씨 집에 불이 나 온씨의 딸(9.초등2)과 아들(6)이 숨졌다.

화재 당시 온씨는 택시운전을 하고 있었으며, 부인 김모(34)씨는 전날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넘기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새벽에 집을 나간 상태였다. 김씨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의 안전을 고려해 밖에서 안방 문을 잠근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온씨는 "오전 7시18분쯤 딸이 '아빠 집에 불 났어'라고 전화를 걸어 왔다"며 "어떻게든 탈출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달려왔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 몰랐다"며 오열했다. 김씨는 평소 딸에게 집 안에서 문여는 방법을 가르쳐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갑자기 발생한 불길과 연기는 잠자다 일어난 딸을 혼란에 빠뜨렸고, 결국 잠긴 문을 풀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소방관들도 남매를 구하려 안간힘을 썼으나 40년이 넘은 목조 건물을 순식간에 삼킨 화마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불은 단층 주택 30여 평을 모두 태워 소방서 추산 5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30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온씨의 아들이 평소 라이터로 촛불을 켜는 장난을 자주 쳤다는 온씨 등의 진술에 따라 불장난으로 화재가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