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범여권에 한 걸음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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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국무총리는 낚시를 좋아한다. 그는 "긴장하며 때를 기다리다 기회가 왔을 때 한번에 확 잡아챌 때 느끼는 타이밍의 묘미 때문에 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그는 정치의 묘미도 타이밍에 있다고 믿는다. 최근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통합신당론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고건식 '타이밍 정치'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고 전 총리가 '기다림의 정치'를 끝내고 범여권 정치에 뛰어드는 것 같다는 해석도 한다. 고건의 변신은 한나라당과 범여권 사이에서 범여권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뜻한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고문이 물꼬를 튼 통합신당론은 그의 구미를 자극했다. 우선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전제로 한 통합신당이 성사된다면 그로선 나쁠 게 없다. 중도 실용주의 개혁세력의 통합을 주장해 온 그의 입지가 오히려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의 측근들은 "통합신당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서 범여권 통합의 '간판'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향후 벌어질 정계개편 과정에서도 기득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통합신당에의 참여는 그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통합신당론에 장애물은 있다. 노 대통령이 당장 "승리.패배에만 매몰돼 당을 만들고 깨고 하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선거용 정당을 만드는 게 적절치 않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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