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신간 '부인의 국가'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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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 3월 퇴임한 앤드루 카드 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재임 중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사태의 책임을 물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해임하라고 두 차례 건의했으나 묵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밝혀낸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편집부국장이 지난달 30일 펴낸 책 '부인(否認)의 국가(State of Denial)'에서 나왔다.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2004년 11월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 직후 카드 비서실장은 럼즈펠드를 제임스 베이커 3세 전 국무장관으로 교체할 것을 건의했으나 딕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이 반대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체니와 로브가 '럼즈펠드 해임은 이라크 사태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는 것으로, 결국은 부시 대통령이 그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논리로 부시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체니.로브.럼즈펠드는 모두 강경 보수주의자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카드 실장은 지난해 추수감사절 무렵인 11월 영부인 로라 부시의 지원을 받아 다시 럼즈펠드 경질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로라는 카드 실장에게 "럼즈펠드 때문에 남편이 정치적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남편은 왜 화를 안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로라 여사가 럼즈펠드 해임을 희망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카드 전 실장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앞장서 럼즈펠드 장관을 경질하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책의 주요 내용.

◆ 부시가 럼즈펠드를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은 아버지(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가 틀렸다는 걸 입증하려는 측면도 있다. 과거 '아버지 부시'는 럼즈펠드를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던 시절 럼즈펠드와의 반목이 심했다. 럼즈펠드는 라이스가 지휘 계통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전화 회신을 잘 하지 않았다. 라이스는 부시에게 불만을 털어놓았고, 부시는 럼즈펠드에게 "당신이 콘디(라이스의 애칭)와 통화하길 싫어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대화해야 한다"고 달랬다. (이에 대해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라이스 장관을 만났더니 '우드워드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우드워드에게 직접 그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 2001년 9.11 테러 2개월 전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라이스 당시 안보보좌관을 만나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이스의 태도는 정중했으나 테닛은 자신의 제안이 싸늘하게 거절당했음을 느꼈다.

◆ 이라크 사태에 강경한 부시의 배후에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있다. 이라크전을 제2의 베트남전이라고 생각하는 키신저는 부시에게 "의미있는 이라크 탈출 전략은 오로지 승리뿐"이라고 강조해 왔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 밥 우드워드=1972년 워싱턴 포스트 사건기자 시절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언론인. 이슈를 깊숙이 파헤치는 '탐사보도'전문기자로 미국의 정.재계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을 활용해 그동안 '부시는 전쟁 중(Bush at War)' '공격 계획(Plan of Attack)' 등의 저서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워싱턴 포스트 편집부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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