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보험' 내년 초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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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바람에 금융사가 손실을 봤을 때 이를 보험사가 보상해 주는 모기지보험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나온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고객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금의 한도가 크게 늘어난다.

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등 대형 손보사와 외국계 금융회사가 모기지보험 상품의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현재 모기지보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월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손보업계에 모기지보험 판매를 허용했다. 모기지보험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금융사가 저당 잡은 주택을 처분할 경우 처분 가격이 대출 원리금보다 적어 발생하는 손실을 금융사에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정부는 개인이 이 보험에 가입하면 비투기 지역에서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 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현행 60%에서 80%까지 높여 주기로 했다. 가입 대상은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 가운데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자다.

보험개발원은 모기지보험이 적용되는 LTV 60%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액이 2007년 16조5000억원, 2008년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상품 설계가 마무리되지 않아 대출 금액 등에 따른 보험료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내년 모기지보험의 잠재 시장 규모는 일단 비투기 지역에 한해 판매가 허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177억원(수입 보험료 기준) 정도로 추산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과 서울보증보험이 일종의 모기지보험을 팔고 있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변제되는 소액임차보증금만 보증하고 있다"며 "높은 LTV가 적용되는 모기지보험이 나오면 주택 실수요자는 적은 돈으로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모기지보험이 비투기 지역에 한해 허용되는 데다 집값이 하락하면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손보사가 경쟁적으로 판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험 관리 능력이 있는 외국계나 국내 대형 손보사가 먼저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인 젠워스 파이낸셜은 국내 모기지보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미 8월 30일 금융감독원에 보험업 예비허가를 신청했다.

보험 상품의 본인가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리고, 상품 판매는 본인가 이후에 가능하므로 젠워스 파이낸셜의 모기지보험은 내년 상반기 선보일 전망이다.

모기지보험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젠워스 파이낸셜은 자산 규모가 100조원이 넘으며 세계 22개국에 15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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