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돼지에게도, 캥거루에게도 사랑 듬뿍 엄마 젖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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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엄마 젖이 딱 좋아!
허은미 글, 윤미숙 그림, 웅진주니어, 32쪽, 8500원

"엄마 젖은 둥글둥글 부드러워. 엄마 젖은 따끈따끈 따뜻해. 엄마 젖은 달착지근 구수해."

이보다 더 살갑게 와닿는 '엄마 젖 예찬'이 있을까. 책은 엄마 젖이 새끼에게 세상 최고의 음식임을 정감 넘치는 글과 그림으로 강조한다. 돼지.소.캥거루.고래.오랑우탄.코끼리 등 등장 동물들은 젖의 수나 위치, 모양 등이 제각각이다.

예컨대 오랑우탄은 젖꼭지가 옆으로 향해 있어서 새끼에게 젖을 물린 채 나무 사이를 옮겨다닐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코끼리는 앞다리 사이에 젖이 있어서 걸으면서 젖을 먹이기도 한다. 반면 고래 젖은 배 주름 사이에 숨어 있어 얼른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캥거루 젖은? 아기 캥거루를 담는 주머니 속에 젖꼭지 4개가 들어 있다.

공룡처럼 알에서 태어나는 동물은 젖이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난생(卵生)인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는 젖이 없지만 어미 배에서 흘러나오는 젖을 먹고 자란단다. 책은 이처럼 모유예찬과 더불어 평소 어른도 잘 알지 못했던 기본적인 과학상식을 얻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꾸며졌다.

지은이는 '똥은 참 대단해!' '우리 몸의 구멍''돌돌돌 내 배꼽' 등을 통해 자연과 인체의 원리를 아이들에게 쉽게 전달하는데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온 작가.

'팥죽할멈과 호랑이'로 2004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받은 실력파 화가 윤미숙씨의 그림도 이 책에 손길이 가게 만든다. 크레파스의 다소 두터우면서도 따스한 느낌을 살린 석판화 기법이 생명 존중이라는 책의 주제와 잘 어우러졌다. 번거롭다, 가슴 모양이 미워진다는 이유로 모유수유를 꺼리는 요즘 엄마들이라면 다소 당혹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4~7세.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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