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경제통 툭하면 마찰/김종인수석 불간섭론에 민자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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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로 전문가 자처… 사사건건 이견/추경 편성싸고 대립 2회전
민자당과 정부의 경제브레인간에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처방의 강도와 속도등을 둘러싸고 시각의 차가 노출되고 있다.
경제정책수립에 관한 당정간의 위상과 역할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주로 당쪽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쪽의 당불간섭론에 대해 민자당쪽에서는 김종인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민자당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15일 김용환정책의장 주재로 나웅배·황병태·최각규·한승수·김동규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위경제대책특위를 연데 이어 17일에는 이들 당의 경제브레인들이 이승윤부총리를 불러 현 경제난국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놓고 의견교환을 했으나 당정간에는 「총론일치·각론이견」의 시각차를 보였다.
이날 김용환정책의장등 민자당경제정책팀들은 이승윤부총리뿐만 아니라 김종인청와대경제수석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당정회의를 가지려했으나 김수석이 이부총리를 통해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끝내 불참.
이에 그렇잖아도 김수석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당측의 불만이 일시에 터져 신중하기로 소문난 김용환정책의장이 『그 사람 신문 인터뷰하느라 시간이 없는 것 아니냐』고 노골적으로 비난. 김의장은 『나는 경제수석시절(3공) 「힘있는 비서」로 기록됐지만 언론에 이름한번 나간적 없다』고 전제한 뒤 『비서란 음지에서 대통령과 내각의 연계를 담당하는 것이지 그렇게 나서는게 아니다』고 비서론을 폈으며,황병태의원등도 김수석과 정영의재무장관등에 대한 직접적 불만을 토로함으로써 당정경제담당자들간의 불협화음이 고조되는 인상을 줬다.
○…당 경제팀들이 특히 김수석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최근 김수석이 인터뷰에서 「당불간섭론」을 제기했기 때문.
김수석은 이 인터뷰에서 『이자율이나 환율 또는 증시정책등 통상적인 경제정책에 대해 당에서 공개거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당에서는 법개정이나 제도와 관련된 장기적인 정책측면에 관해서만 스스로 이론을 개발,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야한다』면서 『비공식적인 조언은 들을 수 있다』고 당의 입장을 격하시켜 버렸다.
이에 황병태의원은 『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집권여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고 김용환정책의장도 『지금같은 경제난국에 환율·금리등이 구조적 문제시 어떻게 통상적 정책이라 할 수 있느냐』면서 김수석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
이들은 김수석이 대기업 부동산정리를 지시하면서 경영층 교체까지 요구한 「비경제적 수법」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측은 당이 지나치게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못마땅해 하는 기색.
당의 경제6인특위는 김용환정책의장이 재무장관과 대통령 경제수석을,나웅배의원이 부총리·재무·상공장관을,최각규·한승수의원이 각각 상공장관을 역임했으며 황병태·김동규의원등도 장관은 하지 않았지만 경제부처 요직을 거쳐 나름대로 경제에 일가견을 가진 경제통들.
이들은 우리는 경제각료는 물론 민의의 직접 심판을 받는 당에 있으며 일부의원은 야당까지 해봐서 정치와 경제를 두루 경험하고 이를 접목시킬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입장에서 정부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원하고 있으나 정부측 경제팀들은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서는 곤란하다는 입장.
○…17일 당정협의에서는 추경예산 편성을 포함한 긴축문제ㆍ부동산투기억제특별법ㆍ증시문제 등이 논의됐는데 추경예산편성을 놓고 또 대립.
당초 당에서는 부동산문제에 대한 행정부의 충격적 접근방식을 질책하려 했으나 16일 이부총리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부동산투기특별법제정의사를 밝힌데다,떨어지던 주가가 오름세를 보임으로써 공세의 초점이 둔화됐다.
그러나 민자당은 현시점에서 경제는 안정이 최우선돼야하고 이를위해 정부는 여소야대의 4당구조하에서 남발됐던 대통령의 대형공약사업등을 전면 축소재조정해야 하며 따라서 추경예산은 아예 편성하지 말거나 꼭 필요한 것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는등 정부가 뼈를 깎는 긴축의지를 솔선수범해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부총리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대통령의 중점추진사업을 추진키 위해서는 추경편성이 불가피하다며 이의를 제기.
당은 정부가 분당·일산을 비롯해 산본·평촌·대전둔산등 대규모 택지를 동시에 매입하면서 푼 대규모 자금이 결과적으로 대체토지 매입자금으로 굴러다니면서 토지에 대한 가수요와 투기를 조장한 결과를 빚었으며 대형 개발사업의 동시다발적 추진이 건자재값 상승과 노임상승·건축인력부족 현상을 촉발시켰으므로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야한다고 보고있다.
회의 후 당정참석자들은 『시각의 차가 없었다』고 극력주장하고 있지만 각론에 상당한 이견이 있는데다 김수석에게는 감정까지 겹쳐 앞으로의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 당정간에 계속 마찰음이 흘러나올 것 같다.<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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