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5월하늘에 천둥… 번개… 우박… /서울엔 “살인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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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담장무너져 2명 압사/강원등 농작물 피해도
14일오후 서울시내 전역에 순간 최대초속 15.8m의 돌풍이 몰아쳐 2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으며 아파트 유리창이 박살나고 담이 무너졌다.
또 충북ㆍ강원 일부지역에서는 직경 5∼10㎜의 우박이 쏟아져 농산물의 피해가 컸다.
중앙기상대는 『14일 오후6시30분부터 자정까지 서울ㆍ경기ㆍ강원ㆍ충청일원에 중간규모의 악기상현상이 일어나 강풍과 천둥ㆍ번개ㆍ우박등이 있었다』고 밝히고 『지표면 부근의 따뜻한 공기가 상층부의 찬공기와 뒤섞이면서 대기층이 불안정해져 빚어진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14일 오후6시20분쯤 서울 양평동 관악고운동장에서 이학교 3학년 강원일군(18ㆍ서울 대림3동 791)등 10여명이 돌풍을 피해 높이 2m가량의 학교담장 아래에 앉아있다가 담이 무너지는 바람에 강군은 그자리에서 숨지고 같은학교 3학년 김태호군(17)등 학생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돌풍으로 학교 블록담 1백여m가 무너지고 둘레1mㆍ높이 20m가량의 15년생 포플러 12그루가 완전히 뿌리뽑힌채 쓰러졌다.
▲또 학교 10m앞에 있는 15층 문래동 현대2차아파트에서도 9층이상의 가로ㆍ세로 1×2m크기 대형베란다유리 30여장이 깨졌다.
▲이날 오후6시쯤에는 관악고 뒤쪽 ㈜신일금속 앞길을 지나던 최금희양(13ㆍ문래여중1)이 돌풍에 갑자기 열린 이 회사 철대문에 뒷머리를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다.
▲이날 오후6시쯤 서울 이문1동 304의24 주택신축공사장에서 지하굴착공사작업을 감독하던 하형윤씨(51ㆍ서울 장안4동 287의7)가 돌풍에 높이2m20㎝의 옆집 벽돌담이 무너져내리면서 벽돌더미에 깔려 숨졌다.
▲이날 오후4시30분쯤부터 강원도 춘성군 신북면 일대에 소나기를 동반한 직경 10㎜가량의 우박이 1시간동안 쏟아져 모내기를 앞둔 모와 고추ㆍ무ㆍ배추등 밭작물이 수확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피해를 보았다.
▲이날 오후5시50분부터 오후7시30분까지 충북제천ㆍ제원ㆍ단양지역에 세차례에 걸쳐 직경 5㎜내외의 우박이 쏟아져 이 지역 4백50㏊의 담배ㆍ고추파종묘가 내려앉는 피해를 보았다.
해설
◎온ㆍ냉기류 뒤섞여 대기 불안정해진 때문/올 여름에도 기상 재해 피하기 어려울듯
최근 날씨가 종잡을수 없을만큼 변덕스럽다.
어떤날 낮은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이었다가 갑자기 20도를 훨씬 밑도는 가을날씨가 되는가하면 때로는 갑작스런 번개속에 소나기와 우박이 쏟아지곤 하다가 14일에는 「실인돌풍」까지 휘몰아 쳤다.
지난 한주동안 서울지역 낮기온은 8일(18.0도)의 경우 가을날씨였다가 9일(27.1도),10일(25.8도)은 무척 더웠으며 11일(17.7도) 13일(18.9도)에는 또 기온이 떨어지는등 심한 등락을 보였다. 강릉지역은 또 8일(22.5도)에는 비교적 정상이었다가 9∼13일까지는 30도안팎의 한여름 더위를 보였으며 14일(19.7도)에는 다시 뚝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 화남지방에서 흘러들어온 난기류가 유례없이 1주일이상 우리나라 상공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기압골이 변덕스럽게 통과했기 때문이라고 중앙기상대는 설명하고 있다.
14일 저녁 서울ㆍ경기ㆍ강원ㆍ충청일부지방에 큰 피해를 가져온 천둥ㆍ번개ㆍ우박ㆍ강풍은 대기층의 불안정으로 인해 일어난 현상.
중앙기상대는 『중간규모의 악기상 현상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이같은 현상은 낮기온이 25도이상 올라감에 따라 더워진 땅표면 근처의 공기가 북쪽에서 몰려온 상층부의 찬공기와 뒤섞이면서 상승기류가 발생해 일어났다』며 『이같은 현상은 국지적으로 일어나는데다 수명도 불과 몇시간으로 짧아 예보는 물론 원인규명도 쉽지않다』고 했다.
기상대 한 관계자는 『최근의 날씨변덕은 지난 겨울 이상난동ㆍ폭설이 있었고 봄들어 이상다우(3월),이상저온(4월)이 잇따르는등 일련의 기상이변과 무관하지 않은 것같다』며 『경험적으로 늦겨울과 봄에 기상이변이 있는 해에는 여름에 기상재해가 컸기 때문에 올여름도 결코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같다』고 전망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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