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중금속 허용기준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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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외국에서 이미 판매금지된 제품이나 원료 또는 불합격품들을 들여와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어 소비자들의 안전이 위협당하는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특히 완제품의 경우 무조건 외제를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심리를 악용해 이런 불량품들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완구의 안전성규격기준이 강화된 유럽국가들로부터 기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느슨한 우리나라로 장난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바로 그예.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송보경부회장(서울여대 교수)에 따르면 유럽공동체(EC)소속12개 국가들의 장난감안전성 규격기준이 올해1월 크게 엄격해지자 그 이전에 만든 재고물량의 처분을 위해 유럽 제조업체들이 한국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지난 1∼3월중 장난감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백10∼1천%이상 늘어나 우리 어린이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이 기간중 인형을 제외한 완구의 미국·일본·대만등의 수입량은 오히려 13∼27%참조).
EC가 적용한 새 중금속 규격기준은 납의 경우 90PPM으로 한국의 5백PPM에 비해 매우 엄격하며 수은은 60(한국은 기준없음), 카드뮴 75(한국 100) 크롬 60(한국 100) 비소 25(한국 100) PPM으로 7개 중금속 기준이 모두 한국보다 엄격하다.
이를 틈타 인형의 경우 올해1∼3월중 EC국가들로부터의 수입액은 6만9천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천%이상이 늘어났고 기타 완구의 경우 덴마크제 수입이 1백7만달러로 1백12%, 서독이 32만달러로 1백21%, 영국이 8만2천달러로 1천%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송교수는 『엄격한 규격기준때문에 유럽에로의 수출이 부진한 동남아국가들도 한국시장을 겨냥하고있다』고 지적하고 『납·카드듐등의 중금속이 어린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장난감규격기준의 조속한 강화를 공업진흥청등 관계당국에 요청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조사, 발표한 발모제의 국내판매경우도 마찬가지.
보호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조, 시판중인 발모촉진·탈모방지용 의약품 20종가운데 10개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월8일 판매금지한 덱스판테놀·바이오틴등의 5개성분을 함유해 인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FDA는 이들 성분들이 인체에 미칠 해독성이나 효과가 입증되지않아 판매금지를 내렸으나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마이녹실액·볼두민로션·키네스로션등으로 버젓이 편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보사부는 뒤늦게 27일 시판중인 8개회사의 발모제 12개제품을 수거·국립보건안전연구원에 성분검사를 의뢰했다고 발표, 책임회피용 행정을 펴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보호원 이해각조사원(위해정보과)은 『해당 발모제의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판매규제등의 조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외에도 지난해 10월에는 세계각국에서 생산, 판매금지, 또는 회수되고 있는 2백74종의 약품성분중 78종의 성분이 국내 2백51개 의약품에 쓰여 별 제한없이 판매된 사실이 소비자 단체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중 17종은 보사부가 「시민의 모임」의 요청에 의해 88년 이미 『허가 제한을 했기로 했다』고 통보한 것이었으나 시중에서는 계속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송교수는 『소비자의 안전을 담당하는 관계당국이 늘 문제가 제기된 후 사태 수습을 위한 사후약방문식의 행정을 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수입원료나 식품·기타 상품등에 대한 엄격한 검사기준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줄것』을 촉구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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