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몸살'… 공식행사 첫 취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얼굴) 대통령이 몸살에 걸렸다. 이 바람에 22일 오전 10시 강원도 정선군청에서 열린 '신활력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노 대통령은 보고회에 참석한 뒤 정선 생약초 시장과 농가를 둘러볼 예정이었다.

노 대통령의 불참은 오전 7시30분쯤 결정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침 일찍 노 대통령이 몸살기를 보이자 참모들은 지방 일정인 만큼 취소하자고 건의했다고 한다. 특히 소형 전용기가 착륙해야 할 강릉 지역에 짙은 안개가 끼어 1시간이 넘게 헬기 편으로만 이동할 경우 몸 상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사정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하루 종일 관저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노 대통령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공식 행사에 불참한 건 취임한 뒤 처음이다. 2003년 9월 광주.전남 지역 언론 간담회를 행사 전날 취소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갑자기 생긴 눈병(다래끼)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매일 오전 5시에 기상해 1시간 동안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밤늦게까지 인터넷과 독서를 즐기는 건강 체질이다. 27일이 회갑이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 취소라는 이례적 상황을 청와대 관계자들은 "유럽.미국 순방의 여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3일부터 16일까지 13박14일 동안 그리스.루마니아.핀란드.미국 등 4개국 5개 도시를 돌았다. 비행기 항로상으로 보면 지구를 한 바퀴 돈 셈이다. 미국을 제외한 3개국의 경우 수교한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국빈방문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일정을 빡빡하게 짠 것도 노 대통령의 피로를 더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했다.

여기에 더해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심적 부담도 몸살을 키운 것 같다. 귀국 후 노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힘든 순방이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2시 기자간담회에서 "주말을 쉬고 나면 회복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대통령의 지금 상태는 어떤가.

"관저에서 쉬고 계신다."(*아침에 주치의의 진찰을 받았음)

-대통령 본인이 쉬겠다고 한 건가, 아니면 주변이나 주치의가 권한 건가.

"대통령께서 피로함을 얘기하셔서 주변 참모들도 일정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를 드렸다."

-처방한 약이 있나.

"국가 원수의 경우 그런 걸 일일이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몸살인가, 독감인가.

"몸살이라고 보시는 게 맞다. 일부에서 고열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장기간 순방의 피로에 따른 몸살인가.

"그렇다. 이번에 순방 기간이 길었고, 또 무거운 일정들이 있었지 않았나."

-평소 시차로 고생하신 일이 있나.

"잠을 잘 주무시는 편인데 평소 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셨을 때 금방 시차 적응이 안 되신 적이 한두 번 있었다."

-혹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마음고생 때문은 아닌가.

"(웃으며) 상식에 기초한 질문에만 답하겠다."

◆ TV토론=노 대통령이 28일 오후 11시에 방영되는 MBC '100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노 대통령은 방송인 손석희씨와 1대1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가 장기재정계획 비전2030, 사회적 일자리, 경제.민생 문제 등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26일 저녁 청와대에서 사전 녹화를 한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