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알렉산더 칼라체 WHO 조정관 방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현재 퇴직정년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은 60세 전후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는 평균 수명이 63세에 불과하던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 요즘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되지요."

21일 방한한 세계보건기구(WHO) '노화와 생애과정(Ageing&Life course)' 프로그램의 책임자 알렉산더 칼라체 조정관은 "고령 사회에 대비한 사회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3백9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8.3% 수준을 차지하는 고령화사회. 2019년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칼라체 조정관은 "노인 인구가 10~2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노인의 발전 없이는 사회가 건전하게 돌아갈 수 없다"며 "방치하면 머리만 커진 데 대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는 전 세계적인 고령사회에 대비, 1997년부터 '활기찬 노년(Active Ageing)'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WHO는 매년 10월 노인의 날을 앞두고 유엔과 함께 이를 홍보하기 위한 국제행사를 세계 90여개국에서 벌인다. 한국에서는 대한은퇴자협회 주최로 지난해부터 걷기대회.음악회 등의 행사를 열었다.

칼라체 조정관은 건강.사회참여.사회보장이 잘 갖춰져야 노인들이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중 그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은 건강. 건강하지 않은 노인은 국가나 가정이나 사회에 경제적.정신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노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의보다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관리해 주는 1차 의료기관이 중요하다"며 "한국의 경우 전체 의료 수준은 높지만 보건소 등 공공부문의 의료시스템이 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칼라체 조정관은 또 "개발도상국은 선진국과 다른 과정을 거쳐 산업화를 이뤘듯이 고령사회 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나름대로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이나 스웨덴 등 서구의 고령사회는 국민소득이 일정수준 이상 올라선 후 고령화 문제에 부닥쳤고 그 진행속도도 현재의 한국.중국 등에 비해 훨씬 완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선진국이 도입한 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제도를 그대로 따라해서는 고령사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글.사진=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