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불도저 부품 석권한 '명품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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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티이씨는 굴착기.불도저 등 건설 중장비의 하부 주행체에 장착되는 롤러(Roller)와 플로팅씰(Floating Seal) 등을 생산한다. 중장비를 지지하고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들이다. 초정밀 생산 기술과 특수 열처리 등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현재 진성티이씨가 생산하는 플로팅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로 1위, 롤러는 5%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4년 11월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지 1년도 안된 지난해 9월 5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효자' 수출 기업이다.

◆발로 뛰며 해외 시장 개척=해외 시장에 진성티이씨의 이름을 알리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마영진(50) 사장은 1990년대 초반 해외 바이어들을 확보하기 위해 개당 1㎏에 가까운 플로팅씰 수십개를 가죽 가방에 넣고 세계를 누볐다. 플로팅씰의 무게 때문에 가방은 1년도 못 가 찢어졌다. 외국 공항에서 밀수범으로 오인 받기도 했다. 1년에 3분의1 가량을 해외에서 머물다보니 여권도 자주 갈아치웠다. 마 사장은 "잦은 해외 출장에 입에서 피가 나고 발이 부르틀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1995년 세계 최대의 건설장비 전시회인 독일 바우마 전시회에서였다. 마 사장은 당시 독일 최고의 중장비 업체였던 인터트랙의 부스에 찾아가 "당신 회사가 지금 쓰고있는 제품보다 더 우수한 플로팅씰과 롤러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제품을 사는 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다음날 샘플 소개를 위해 회사를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러나 마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샘플과 제품 동영상을 보내면서 제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결국 기술력을 인정한 인터트랙은 1997년 진성티이씨와 첫 거래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1998년 외환위기 시절 진성티이씨가 경영난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해외 거래처 확보에 물꼬를 트면서 2000년부터는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2002년 291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913억원까지 늘었고, 올 상반기에만 507억원을 기록했다.

◆"기술력이 경쟁력"=세계 중장비 부품 시장에서 롤러는 500여종, 플로팅씰은 200여종의 모델이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중장비 업체들이 원하는 제품도 각양각색이어서 이들의 입맛에 맞는 부품을 제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진성티이씨는 업체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제품을 40일 이내에 제작, 납품하고 있다. 전 세계 중장비 부품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다. 캐터필러.히타치.고마츠 등 3대 메이저 중장비 회사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비결이기도 하다. 물론 최고의 경쟁력은 기술력. 이 회사 플로팅씰은 올해 산자부가 선정하는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됐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명품 반열에 오른 것이다. 플로팅씰을 생산하는 평택의 제 1공장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진성티이씨는 지난해 매출 가운데 70%를 수출을 통해 벌어들였다.

현재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20여개국에서 진성티이씨의 부품을 사용한다. 수출액은 2002년 144억원에서 지난해 641억원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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