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지하드 발언'은 십자군 전쟁 하자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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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란의 최고 종교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사진)는 18일 로마 교황청 베네딕토 16세의 '지하드 발언'에 대해 "무슬림을 상대로 십자군 전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나온 이슬람권의 반발 중 최고위 종교 지도자의 비난이다. 17일 베네딕토 교황이 직접 사과하자 온건 이슬람단체들은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강경파의 공격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야툴라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 TV방송을 통해 "교황의 발언은 종교분쟁을 야기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 음모의 사슬 고리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람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이 같은 발언의 배후에는 "위기와 분쟁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강대국(미국과 이스라엘)의 도발적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교만한 제국주의 지도자들이 이미 이라크를 공격함으로써 음모의 사슬 고리를 뚜렷이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덴마크 언론이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모독하는 만평을 게재한 것과 이번 교황 발언 모두 이슬람권을 겨냥한 계획적인 음모라는 얘기다. 하메네이는 "그간 산발적으로 전개된 미국.유럽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의 이슬람 모독은 '십자군 음모'의 준비 단계"라고 강조했다.

주요 이슬람 단체들이 교황의 사과를 환영했지만 18, 19일에도 이라크에서부터 인도네시아까지 이슬람권 곳곳에서 규탄시위가 잇따랐다. 성난 군중은 교황의 모습을 담은 인형과 이탈리아.독일 국기를 불태웠다. 중동권 과격 이슬람단체들의 보복 위협도 계속됐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결된 이라크 저항단체 '무자헤딘 슈라회의'는 18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십자가를 부수고 로마를 정복할 때까지 성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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