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일대 돈없는 “억대부자”양산(부동산투기 열병: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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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곳곳에 콘도대용 빈아파트/백담사 입구도 10∼25만원 호가
『2년전 빚에 몰려 논밭을 팔아치우고 지금은 서울사람 소유가 된 그 땅에서 소작을 부치고 있다. 후회막급이지만 집까지 팔고 그 집에서 세들어 사는 사람도 있으니 형편이 나은 편이다.』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 척산마을 주민 김종선씨(53)는 『당시 논밭 1천여평을 평당 7천∼3만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20만∼30만원을 호가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반면 김씨처럼 땅을 팔지 않은 사람들은 수억대 부자가 돼있다. 그러나 불만을 느끼기는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노학동에 논2천여평을 갖고 있는 장모씨는 『서울사람들이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줬다. 그러나 특정지역으로 고시되면서 재산세가 오르고 투기붐에 물가가 올라 농사짓기만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동해안 일대에는 이같은 현상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거의 전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소작민」이 있는가 하면 돈없는 「억대부자」가 많이 생겨났다.
대통령선거 때 고속전철건설 발표에다 북방교역ㆍ레저붐이 맞물려 88년이후 땅값이 수십배 폭등한 동해안 일대는 최근 워낙 땅값이 비싸진 데다 등기의무화추진설 등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강릉∼속초간 도로 확장공사지역 주변과 별장지 등은 매물이 없는 상태에서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내설악 지역등 별장지는 서울의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고 있으며 거의 인적이 없는 백담사 입구 용대리는 작년초 1만원 하던 땅값이 10만∼25만원까지 호가하는 실정이다.
속초지역에서는 임야ㆍ콘도에 이어 아파트에까지 투기바람이 불고 있다.
1년내내 사용할 수 없는 콘도 대신 아파트를 사두고 아무 때나 별장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속초시 조양동 설악비치하우스의 경우 71가구 중 34가구가 외지인으로 밝혀졌으며 세무서는 이를 별장지로 규정,최근 취득세와 재산세를 각각 7ㆍ5배,16ㆍ7배씩 중과하기도 했다.
또 속초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설악타워맨션(13층)도 68가구 중 절반 이상이 비어 있어 인근주민들이 「유령 아파트」로 부르고 있다. 5월 완공예정인 속초시 조양동 설악빌리지도 2백66가구 중 속초사람은 2명뿐인 것으로 조사돼 속초시가 이들 아파트의 외지인 소유주에 대해 중과세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소유주로는 대학교수ㆍ중소기업체 사장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낙후된 강원도의 지역개발을 바라는 주민들은 지나친 투기단속을 바라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명래 속초세무서장은 『간혹 땅값이 오르는 게 뭐가 나쁘냐는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경우가 있다』며 투기단속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외지인이 투기붐은 지역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양양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과거에는 서울사람 손에서 「재주를 넘은」 물건보다 현지인소유 땅이 훨씬 쌌는데 요즘은 현지인이 심한 경우 두배,세배씩 값을 더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설악지역에는 현지주민이 부동산소개업소를 차려 놓고 관광객을 상대로 이웃주민의 땅을 소개해주는 곳도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투기심리가 전문투기꾼이나 돈많은 특정계층의 손에서 이제는 중산층ㆍ농촌지역 주민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하면 투자요,남이 하면 투기」라는 부동산업계의 속언이 결코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곳이 동해안 일대의 땅값폭등 지역인 듯싶다.<속초=길진현기자>PN J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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