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곡가 서영세씨 『노예문서』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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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재외 한국 작곡가들의 활동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재미교포작곡가 서영세씨(55·미국이름 도널드서)가 미국의 노예문제를 다룬 대작을 발표해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 3월23일 보스턴심퍼니홀에서 서씨의 1시간15분짜리 오라토리오 『노예문서』가 세계 초연되자 현대음악회장으로는 거의 드물게 연주회장을 꽉 메운 청중들은 30여분간 열렬한 기립박수와 환호를 터뜨렸고 미국언론들은 『위대한 영혼을 지닌 인간에 의해 작곡된 이 작품은 더할나위 없이 감동적이었다』는 등으로 극찬했다.
이 작품의 연주는 데이비드 후즈가 지휘하는 칸타타싱어즈 앤드 앙상블이 맡았으며 40명의 찬조출연 성악가를 포함한 80명의 합창과 70명으로 구성된 오키스트라가 남북전쟁전 참혹했던 노예의 슬픔과 갈등을 표현했다.
이 연주회를 위해 보스턴에 다녀온 작가 한말숙씨는 『작품의 마지막부분에서 오키스트라가 노예의 고통스런 절규처럼 절정을 향해 치닫다가 잠시 멈춘 후 거의 침묵에 가까운 피아니시모로 끝나는 순간은 모든 것이 영적으로 승화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동양적 분위기가 매우 강한 이 음악에 압도된 청중들은 한동안 미동도 하지않고 있다가 우뢰와 같은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했다. 하버드대 최초의 작곡학박사인 서씨는 이 대작을 쓰기위해 지난 86년 MlT 교수등의 공직을 모두 사퇴하고 예술인촌을 전전하며 3년만에 오라토리오를 완성했다.
북미에서는 재독작곡가 윤이상씨 못지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는 서씨는 『한국인이 왜 미국의 노예문제를 다룬 음악을 작곡했느냐』는 미국언론들의 질문에 『노예문제는 흑인이나 미국뿐 아닌 인류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오는20일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 강당에서는 서씨의 스승이자 하버드대교수인 교포작곡가 얼김씨가 그밖의 유명한 동양계 작곡가들과 함께 대규모 연주발표회를 갖는다.
한편 서독에서는 박영희씨가 윤이상씨 버금가는 작곡활동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자르브뤼켄음대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한아선씨도 현대음악작곡 콩쿠르에서 『목관 3중주곡』으로 2위에 입상,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오토-디셰 예술상」을 수상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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