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피해 앞당겨 출국/정호용씨 왜 서둘러 나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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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인 “내 뜻이다”애써 강조/주위선 타의작용 추측도/“한달쯤후에는 돌아갈것”
대구 보궐선거에서 사퇴한 정호용씨가 후보사퇴 6일만에 부인과 함께 전격적으로 1일 미국으로 떠나자 갑작스런 출국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1일 오후 갑자기 서울을 떠나 LA에 도착한 정씨는 『앞으로는 일체 정치에서 손을 떼겠다』고 정치에 대한 환멸을 털어놨다.
수행원 한사람없이 부인과 함께 단 둘이 LA공항에 도착한 정씨는 홀가분한 표정. 그러나 정씨는 그의 출국사실이 알려진게 섭섭한지 『안기부가 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출국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며 자신의 출국을 기정사실화하려는데 불만을 토로.
정씨는 『대구시민에게는 할 말이 없다』면서 한 1개월 있다가 돌아가 거취를 정하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전략문제를 공부하고 싶다』고 해 이번 기회에 유학할 방법을 협의하는게 아닌가 추측됐다.
­왜 급작스런 출국을 하게됐나.
『선거운동이다,사퇴권유다해서 과로에 스트레스가 겹쳐 탈진했었다. 의사(수도국군통합병원에 1주일간 입원)가 여행을 권유해 나온 것이지 별다른 일은 없다.』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생각은.
『원래 정치가 체질에 안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들어 환멸까지 느껴져 이 기회에 손을 떼기로 결심했다.』
­이번 사퇴는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지.
『결코 그렇지 않다. 최근 대구선거양상을 봤더니 당초 내 생각대로 한낱 지역구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양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치닫고 있어 희생하기로 한것이다.』
­소모한 선거자금 보상이나 향후보장등 모종의 밀약설 진위는.
『근거없는 얘기다. 내 스스로 한 결정인데 보상은 뭐고,향후 보장은 또 뭔가.』
­지지자들에 대해 할말이 있다면.
『대구서갑 유권자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 이외에는 할말이 없다. 또한 후보 사퇴후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주민들이 보내준 성원에 대해서도 감사할 뿐이다.』
­향후 계획은.
『샌프란시스코 근처에서 한달쯤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일단 귀국해 전략분야를 좀 연구하려고 생각한다.』
­군사전략분야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평소 관심도 많았는데 아직까지 우리(한국)가 취약한 분야이기 때문에 긴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자당은 정호용씨의 출국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없이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자칫 어떤 태도표명도 하루앞둔 대구보궐선거에 좋지않은 영향을 줄것으로 보고 입조심하고 있으며 정씨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말하는 정도. 그렇지만 내면적으론 정씨의 외유가 후보사퇴이후 예정된 코스라는 점을 수긍.
후보사퇴를 설득했던 여권의 많은 인사들과 정씨 사이에 해외유학이 거론됐다는 것은 그동안 기정 사실로 알려져왔다.
한 당직자는 『보궐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간에 정씨 자신은 상당히 부담을 느껴왔을 것』이라며 『출국시점을 1일로 택한것은 그의 말대로 더이상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때문이 아니겠냐느』고 분석했다.
대구에선 야당후보가 선거직후에 「쫓겨난다고」고 선전하고 있어 선거전에 출국함으로써 오히려 이러한 「오해」를 불식하려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
1일 정씨측 가족과 접촉한 민자당의 한 의원은 『대구서갑의 현지사정과 김영삼최고위원­박철언장관 사이의 갈등등을 고려,선거가 끝나면 정씨문제가 또다른 시비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청와대에서 시기를 당긴것같다』고 말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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