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근처에서 껌만 팔아도 떼돈 번다

중앙일보

입력

삼성의 서초동 시대가 점점 다가오면서 주변 상권의 변화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아시아경제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삼성이 국가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하는 동안 삼성맨들의 지갑 역시 두둑해져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들이 먹고 쓰는 공간의 이동은 돈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강남역 인근과 서초동 상인들에게 삼성타운이 새로운 대박의 꿈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삼성 본관 뒤에서 장사해 3000억원 모아"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뒤에는 음식 잘하기로 이름난 식당 몇곳이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번 식당 사장은 무려 3000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수영장이 딸린 집에서 산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아마 삼성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부자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다.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과 담배를 파는 사장도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삼성 본관에서 구두를 닦아도 왠만한 삼성 직원보다 많이 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허름한 식당의 주인 할머니는 영업을 나온 은행 직원이 계속 찾아오자 "그럼 1억원짜리 하나 해주면 되는 거냐?"며 그 자리에서 금융상품에 가입했던 거짓말 같은 실화도 전해진다.

삼성의 한 직원은 "삼성 본관과 생명빌딩, 태평로빌딩 등에 입주한 삼성 임직원들의 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업무로 바쁘기 때문에 멀리 가지 않고 인근에서 웬만한 건 모두 해결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삼성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법인세 비중이 4.13%(2005년)에 달하고 국내 기업의 시가총액의 16.5%(2005년말), 전체 수출액의 17.5%(2005년), 상장사 연구개발비의 40.1%(2004년)를 차지한다.

◇모습 드러내는 서초동 삼성타운

강남의 상권 판도를 바꿀 삼성타운은 서초구 서초동 1320, 1321번지 일대에 3동의 건물이 들어선다. 강남역 4번 출구를 나와 50여m 지점이다. 공사기간이 올해 12월까지로 잡혀있는 삼성생명의 A동은 이미 외관공사를 거의 끝내 그 위용을 드러냈고, 내년 4월부터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의 B동은 내년 12월, 가장 높은 건물인 삼성전자의 C동은 2008년 3월까지 공사계획이 잡혀 있다. 삼성은 2008년내 계열사의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사업장이 있는 수원, 탕정 등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가까운 점이 서초동에 삼성타운을 짓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본관에 입주해있는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들은 모두 서초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삼성물산은 상사 부문이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신 금융부문은 강북으로 모두 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타운 건설을 시작으로 서초동이 강남 최대의 오피스타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인근 롯데칠성 부지 1만여평이 롯데타운으로 건설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GS건설의 부띠크모나코도 2008년 완공될 예정이다.

◇'7-4'제 다시 도입할까

서초동 삼성타운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강남 지역 교통혼잡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남역 부근은 항상 교통정체로 혼잡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향에 자리잡은 진흥아파트와 맞은 편 롯데칠성 부지의 롯데타운 개발로 인해 강남역 ̄교대역 구간은 도로 확장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강남역 ̄역삼역 구간은 8차선인 반면 강남역 ̄교대역 구간은 5차선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교통 대란이 예상돼 서울시에 강남역 ̄서초역 구간에 대한 도로확장을 계속 건의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도로 주변 아파트 등과 협조가 잘 되지 않아 우선 강남역에서 진흥아파트 앞까지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출퇴근 시간 조정 등으로 교통 혼잡을 최소화 하겠다는 생각이다.

삼성 관계자는 "다른 회사보다 먼저 출근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않겠느냐"며 "과거 이건희 회장이 도입했다 폐지한 7-4제(7시출근 4시퇴근) 재도입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