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바보상자 TV 덕에 미국인 IQ가 높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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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헉슬리는 1932년 작 '멋진 신세계'에서 미래 사회를 이렇게 예견했다. 우리의 일반적인 견해도 지난 세기의 예측과 다르지 않다. '바보상자 TV, 폭력성을 증가시키는 비디오 게임, 자극적인 영상을 쏟아내는 인터넷과 뮤직 비디오….' 우리를 둘러싼 대중 문화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평가다. 이러한 주장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지는가? 이 책의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대중문화가 오히려 우리의 두뇌를 발달시켰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46년간 미국인들의 IQ는 평균 14점가량 상승했다. 저자에 따르면 게임.드라마.인터넷 등 대중문화로 인한 두뇌훈련 덕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게임은 독서가 제일 좋은 교육수단이라는 편견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게임은 시스템의 질서와 의미를 이해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두뇌훈련 도구'이기 때문이다. 만약 게임이 책보다 먼저 등장했다면 비평가들은 이렇게 우려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 만성적으로 감각 기능이 저하된다. 비디오 게임이 움직이는 영상과 음향 효과에 가득 찬 3차원의 세계를 선사하고 복잡한 근육 활동을 촉진하는 반면 책은 단순히 종이에 단어가 나열된 것이다,(…) 독서는 다른 아이들과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혼자만의 공간에 가둔다."

드라마와 리얼리티쇼로 가득 찬 TV 역시 마찬가지다. 한 회에 10여 개의 일화와 20명 이상의 비중 있는 인물, 복잡한 역학 관계가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은 우리의 분석력과 사회적 지능을 자극한다. 인터넷은 또 어떤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새로운 의사소통에 적응하면서 우리의 뇌는 발전을 거듭했다.

물론 "우리가 전례 없이 똑똑한 세대를 키워낸 건 사실이지만 윤리적으로는 수준 이하"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내용이 대중매체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답한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두뇌는 발달한 반면 폭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기존 상식을 뒤엎는 저자의 분석은 신선하면서도 예리하다. 풍부한 실례를 근거로 한 주장은 대중문화를 '적'이라 믿는 이에게도 유용할 듯하다.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대중문화가 '두뇌발달 촉진제'든 '적'이든 선택과 소비는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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