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합작 「북한 빗장풀기」/모스크바서 오간 한반도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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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평양 개방」에 직접 설득 채비/냉전유산 청산… 긴장완화 논의
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등 방소단이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소련측과 한소관계 정상화문제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정착 문제를 깊숙히 논의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남북통일 분위기조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은 소련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이 동구에 적용됐듯이 한반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고 소련측도 이같은 한국측 주장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시한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군축문제에 있어서 소련측이 앞으로 북한측에 최신무기의 공급을 중지하는 대신 한국측은 주한미군철수 문제에 성의를 표시하고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1백만명 이상의 전투부대가 밀집해 대치하고 있는 군사상황을 완화시키는 데 한소 양국이 공동노력키로 한 점은 냉전이데올로기시대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도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것인데 한국측이 북한을 절대 고립화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소련이 적극적으로 북한설득에 나설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측이 유엔가입문제에 있어서 남북한 동시가입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정부의 한반도 긴장완화 의지를 천명하고 동시가입이든,단독가입이든 소련측의 적극적인 협조약속을 이끌어내 국제정치 무대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남북대화 문제는 소련측이 북한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적극협조키로 함으로써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는 남북당사자끼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소련이 개입할 여지는 적으나 남북대화 교착상태가 북한측이 팀스피리트훈련 등 군사문제를 들고 나와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련측의 설득과 측면지원은 큰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같은 군축ㆍ유엔가입문제ㆍ남북대화 문제 등은 한소 양국의 직접적인 문제는 아닐지라도 한소 관계정상화로 가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과제다.
한소관계정상화의 직접적인 조건이 되고 있는 경제협력및 교류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은 이번 방소를 통해 원칙적인 이해와 의견접근을 이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련측은 한국측에 보다 더 적극적인 양국간 경제협력을 요구했고 한국측도 시베리아개발 참여,합작투자,차관제공 등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중과세방지ㆍ과실송금ㆍ투자보장 등 소련측의 제도적 미비점 때문에 한국측이 경제협력의 의사는 있어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소련측의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으며 소련측도 수긍했다는 후문이다.
이에따라 소련측의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되면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소련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동경=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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