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와 「중요한 얘기」했다/김영삼 최고위원과 기상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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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일 생동감 있게 추진” 첫 인사
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은 28일 오전 모스크바를 떠나 동경으로 향하는 기상에서 처음으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의 면담사실을 공개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 747기에 탄 김최고위원은 오전 8시쯤(한국시간) 비행기가 시베리아 상공에 도착했을 때 기자들에게 고르바초프와의 면담 사실들을 공개했는데 수교교섭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하곤 『더큰 일들이 있으나 공개할 수 없다』고 해 소련과의 수교교섭이 사실상 거의 끝나가고 있고 한소관계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다음은 김최고위원이 밝힌 내용과 일문일답.
『고르바초프대통령과 지난 21일 만났다. 내가 고르바초프대통령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당초 1백% 확신하지 못했었다.
고르바초프대통령과 만나게 된 것은 지난 21일 오후 영빈관에서 이즈베스티야지와 기자회견도중인 6시10분쯤 크렘린궁으로부터 25분까지 들어와 달라는 급한 연락을 받고나서다.
6시20분쯤 사진기자 2명과 함께 급히 나서 차를 타고 크렘린궁으로 향했다. 앞뒤에 호위차량 3대가 따라붙었고 길거리 모든 차량 통행을 중지시킨 채 달려 2분만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는 크렘린궁쪽으로 가는 줄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는 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도착한 곳은 대통령 집무실이었고 문앞에 대통령 경호실장이 대기하고 있었다.
25분 정각에 안으로 들어가니 프리마코프연방의회 의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프리마코프의장과 한참(접견실에서) 한소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들어와 세사람이 얘기를 나눴다.
대화내용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밝히지 않겠다. 다만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오신 걸 환영한다. 모든 것을 보고받았다. 우리에게는 장애가 없다. 양측이 다같이 생동감있게 추진하자. (프리마코프 의장을 보고) 나의 가장 믿는 중요한 친구다. 곧 중요한 자리로 갈 것이다. 당신과 이야기 나눈 것은 곧 나에게 보고될 것이다」고 말한 부분만 밝히겠다.
당시 나는 매우 긴장돼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지금 기억이 안난다.
고르바초프대통령,야코블레프정치국원,프리마코프의장등과 단독 요담한 내용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밝히지 않겠다.
서울을 떠날 때 노대통령과 오는 30일 만나기로 약속했다. 중요한 이야기는 이때 다할 계획이다.』
이날 김최고위원이 도착하는 나리타공항에는 대표단 일부가 평양을 방문했다는 보도때문에 내외신기자들이 수행원중 빠진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느라 법석.
그러나 당초 소련방문단에 포함돼 있던 국회의원등 공식ㆍ비공식수행원중에는 정재문의원 1명만 빠지고 모두 같이 돌아왔으며 정의원은 미국에 볼일이 있어 간 것으로 밝혀져 낭설로 확인됐다.
­고르바초프대통령과 만나 한소수교와 관련,대화를 나누지 않았는가.
『중요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밝히지 않겠다.』
­연내 수교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는가.
『지금 연내 수교한다든가 하는 것을 밝힐 수는 없다. 다만 「빠른 시일내」라고만 말할 수 있다. 자세한 대화내용 자체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노대통령과 만날 때 얘기하겠다.』
­고르바초프대통령과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은.
『키가 큰줄 알았는데 나와 비슷했다. 그러나 몸이 장대했다. 용기있고 자신에 넘치는 표정이었다.』
­친서가 전달됐다는데.
『친서는 절대 공개돼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친서는 마치 젊은 남녀가 비밀리에 연애편지를 주고받는 것과 같다. 어째서 그런 얘기가 밖으로 나갔는지 모르겠다. 적당한 기회에 얘기하겠다.』〈동경=이규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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