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시장, 呼價 오락가락 '변덕장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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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파트 호가 변동이 이처럼 심한 것은 처음입니다. 주식시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저밀도 지구에서 10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金모(54)씨는 요즘 강남권 재건축시장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서울 강남권 저밀도지구 등 재건축단지 아파트 호가가 하루에도 수 차례 뒤바뀌고 있다. 실수요자보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많아 작은 재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투기지역 지정 이후 집주인들이 양도세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적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락장 때는 한두 개의 급매물이 나오면서 호가가 급락하지만 상승장 땐 거래 없이 호가만 급상승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서울 최대의 재건축단지인 송파구 잠실 저밀도지구에서 가장 심하다.

잠실주공 1단지 13평형은 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발언 하루 전인 지난 12일만 해도 5억원을 호가했지만 13일 오전에는 4억9천만원, 오후에는 4억7천만으로 떨어졌다. 호가는 계속 하락해 16일에는 4억3천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하지만 17일 잠실주공 4단지의 27평형 일반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은 평당 1천8백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반등, 현재 4억8천만원까지 회복했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거래가 활발한 주공 1단지 13평형의 경우 거래 가능한 매물이 3~4개에 불과한 데다 실거주자보다 외지인 투자자들이 많아 호가 등락폭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 주공 1.2단지에선 실제 거주하는 조합원 비중이 10~3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중개업자들은 본다.

더욱이 잠실 주공단지 조합원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의 돈은 많이 안들이고 전세금이나 은행빚을 안고 투자해 정부대책 등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S공인 金모 사장은 "지난주엔 하루에도 서너 차례 호가가 바뀔 때도 있었다. 코스닥 시장 주가를 뺨칠 정도"라고 말했다.

역시 재건축 대상인 서초구 반포 저밀도지구도 호가 부침이 심하다.

주공 3단지 16평형은 지난 주말만 해도 그 전주에 비해 1억원가량 내린 5억8천5백만원에 매물이 나왔으나 잠실 주공단지 호가가 반등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반전, 지금은 5억9천5백만~6억1천만원을 호가한다. 반포 저밀도지구 인근의 J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아파트값이 하락할 기미가 보이면 매물을 시세 이하로 던지지만 오를 기미가 있으면 호가를 금방 올린다"고 말했다.

개포동 N공인 李모 사장은 "현지 시세동향에 밝지 않은 해외동포나 지방사람들이 재건축 단지를 사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정부 대책 보도에 놀라 급매물을 내놓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 안홍빈 차장은 "강남권 아파트시장은 재건축 가수요가 시장을 불안케 하는 주범이다. 이달 말 발표할 정부 종합 대책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기자,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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