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비 쿠데타 배후 지원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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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담한 비 장성 “미 정보기관서 탄약지원” 주장/이멜다도 관련… 미 대사관측 완전 허위다 반박
지난해 12월1일 발생한 필리핀 군부 쿠데타에 마닐라 주재 미국 대사와 정보장교,망명중인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가 연루돼 있다는 주장이 현직 군장성에 의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쿠데타에 연루된 혐의로 루손섬 남부 사령관직을 사임,오는 4월1일 전역예정인 알레한드로 갈리도 준장이 최근 서면 증언에서 니콜라스 플래트 미국 대사와 미국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 장교의 연루를 주장하고 나섰다.
필리핀 법무부는 22일 갈리도가 서명한 증언문을 공개했다. 필리핀 군부와 국방부는 갈리도 준장이 쿠데타 가담자로 행세했을 뿐 사실은 정부군이 쿠데타 모의세력 속에 잠입시킨 비밀 첩보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갈리도 준장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쿠데타발생 5개월전인 지난해 6월 최고사령부의 지시에 의해 쿠데타 주모자들의 모임에 참석,미국 공군장교이며 DIA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인 헤럴드 망글레오를 만났다. 망글레오는 미국 정보기관이 아키노 암살과 현정권의 전복을 지지한다며 20만달러를 주면 대전차 미사일과 화기ㆍ탄약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또 플래트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그해 8월 그의 관저에서 주최한 만찬에서 갈리도 자신과 다른 쿠데타 가담자들은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 현재 구속돼 있는 아베니나 준장으로부터 모종의 서면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9월5일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멜다가 당시 병석에 있는 남편이 조국에 갈 수 있도록 쿠데타 계획을 추진해줄 것을 촉구하면서 아키노 대통령의 축출에 성공할 경우 1천만 페소(미화 45만5천달러)를 쿠데타측에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필리핀 신문들이 일제히 이같은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일부 신문이 플래트 대사까지 의심하자 마닐라 시내는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미국 대사관측은 대사관 직원중에 헤럴드 망글레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밝히고 플래트 대사가 당시 주최한 만찬에는 쿠데타 가담자로 밝혀진 정치인과 군인들 뿐만 아니라 이에 상관없는 정부 각료와 관리들도 참석했다고 해명하며 미국의 개입설은 『전적으로 허위이며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성명을 냈다.【마닐라 APㆍ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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