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 소야 3당 표결공조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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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처리 협상과 관련, 열린우리당이 12일 민주.민주노동.국민중심당 등 군소 야 3당이 마련한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서 본회의 차원의 청문회와 별개로 헌법 재판관 후보자로서 상임위(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자는 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전효숙 인준안'은 한나라당의 반대 속에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14일 예정된 인준안 처리는 조금 늦춰질 것 같다. 한나라당을 배제한 처리에 야 3당이 당장은 부담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정국 경색의 책임을 홀로 떠안을 수는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타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 한나라당, 당론 고수 속 고민=이날 김한길 열린우리당 대표가 "야 3당의 국회 정상화 노력을 존중하며, (야 3당이 중재안으로 요구한) 전 후보자에 대한 법사위에서의 인사청문회 논의를 수용한다"고 밝히자 한나라당 내부에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반대만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판단해 봐야 한다.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형오 원내대표 역시 내심 타협 쪽에 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한나라당이 고립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최고위원.중진 의원들이 모인 오후 긴급회의에선 강경파가 우세했다. 그동안 전 후보자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했는데 더 이상 입장을 바꿔선 안 된다는 것이다. 회의 뒤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거나 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 열린우리당, 야 3당과 표결 공조=우상호 대변인은 "우리는 절차상 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중재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야 3당이 요구했던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사과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을 대신해 이병완 비서실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임채정 국회의장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나라당을 고립시켜 '열린우리당+야 3당'의 구도로 임명 동의안을 표결 처리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중재안 수용을 거부하면 "헌재소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 수 없다"는 명분으로 야 3당의 협조를 얻어 동의안을 통과시킨다는 계산이다. 박용진 민노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야 3당이 언제까지나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오판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야 3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열린우리당과 표결까지 공조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채병건.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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