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운용 난조 「정치외풍」 탓/6공 2년 경제정책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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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화 진통 영향 성장 부작용 증폭/균형회복ㆍ갈등해소 노력 평가해야
6공화국의 지난 2년간 경제정책은 과연 실패였는가.
새 경제팀의 등장으로 경제정책방향이 이제까지의 「안정ㆍ형평」 추구에서 「성장중시」로 선회조짐을 보이면서 이같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조적 모순많아
6공출범 이후 현정부가 들고나온 경제정책은 「안정ㆍ형평」을 중시하면서 경제구조 조정을 통해 적정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집권 첫해인 88년에 6차 5개년계획(87∼91년) 수정,올림픽이후의 경제종합대책 등에 따라 「연8% 대성장」「GNP(국민총생산)의 2∼3%의 경상수지 흑자유지」등 거시경제목표와 함께 계층ㆍ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복지시책확대,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제개편ㆍ토지공개념ㆍ금융실명제등 경제제도개혁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2년이 경과한 지금 경제현실은 기대와는 달라 성장ㆍ물가ㆍ국제수지등 거시경제지표는 바닥권을 헤매고 있고,개혁조치들 마저 가시화되지 못한 형편에 현재는 오히려 도입에 따른 부작용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6공 경제정책이 이처럼 된데는 기본적으로 구조적 어려움이 많다. 정치민주화의 진통과 함께 급속한 경제성장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면을 도외시할수 없다.
경제운용에 있어 정부지분의 대폭 축소로 경제팀이라고 경제를 마음대로 요리할수 있던 때는 지났다는 사실도 접어줘야 한다.
그러나 상황을 이렇게 만든데는 우선 그간 정치의 경제논리 압도를 들지 않을수 없다.
○정치가 경제압도
86년말,87년봄의 대통령ㆍ국회의원등 두차례 가장 값비싸게 치른 선거는 인플레압력의 증대와 함께 「복지」라는 슬로건아래 각종공약을 한꺼번에 쏟아놓았다.
여기에 여당은 한술 더떠 경기침체에 물가상승이 가속화된 작년 3월에도 중간평가에 매달려 60조원에 달하는 공약실천계획을 태연히 내놓았을 정도였다.
또 지난 2년은 경제정책의 결정주도권이 상당부문 정치권으로 넘어간 결과 정책입안자체가 매사 꼬이기 일쑤였다. 농어촌 부채탕감,연3년간의 두자리 추곡수매가인상 등이 좋은예로 비록 개별정책으로는 충분한 논리가 있다해도 효율성에 있어 한정된 재정의 역할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5공이 넘긴 정치ㆍ경제에 숙제가 워낙커 겨를이 없기도 했지만,급속한 상황변화를 경제팀이 제때 따라잡지 못한 것도 정책실패를 초래한 주요 이유의 하나다.
예컨대 89년도 경제운용방안을 세우면서 국제수지 흑자를 조정하겠다고 「분기별 긴급 수입대책」을 짜 한번도 쓰지못하고 서랍속에 넣어둘수 밖에 없었던 점이나 노사문제를 쉽게 간과해버린 일들이 그것이다.
그결과 지난해는 연초부터 노사분규가 대형ㆍ다발화,침체국면의 경제를 더흔들었고,그러면서도 경제팀은 대외통상문제가 발목을 잡아 이를 뒤돌아볼 겨를없이 미국의 우선협상대상국(PFC)지정을 막기위해 바깥으로 달려나가야 했을 정도였다.
이밖에 결국 단행할 환율제도의 변경이나,절하의 시점을 놓친 일이나,결코 사용하지 않았어야할 작년말 12ㆍ12 증시대책 등도 경제의 흐름을 읽는 경제팀에 「시각장애」가 있었음을 보여준 것들이다.
○팀플레이에 허점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최소한 경제팀 안에서만이라도 「입」이 맞아야 한다. 하지만 6공 출범이후 나웅배ㆍ조순경제팀은 내내 이문제로 시달려야했고 「팀플레이」의 약점을 지적받아 왔다.
작년초에 벌어진 아파트분양가 자율화는 좋은 예로 합의도 안된 정책이 불쑥 튀어나온 결과 당사자인 박승건설부장관의 도중하차로까지 연결됐다.
부총리와 청와대경제팀의 역할분담도 순조롭지 못해 정책집행의 타이밍 결정이나 정책의 잦은 노선 수정을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려온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렇게 보면 지난 2년간의 경제운용의 난조는 정치권의 외풍과 효율적인 경제집행의 정책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현정권자체에 있다고 할수밖에 없다.
또 과거경제팀들도 장애를 뛰어넘는 적극성이나 정책의 결정력 부족에서 책임을 지지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경제정책운용이 매양 허점만을 노출해온 것은 아니다.
우리경제의 당면과제가 성장잠재력 배양에 있고,그길에 도달하는 방법이 경제구조 조정밖에 없다면,경제균형의 회복과 갈등의 해소를 위해 그간의 경제팀들이 벌여온 진지한 고민은 평가받아야 한다.
지난 2년간 값비싼 학습비를 치른 이유로 작년연말 이후 경제환경이나 정책기조면에서 수습의 실마리를 보여온점도 사실이다. 올들어 노사분규가 상당한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경기침체의 장기화로인한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으나 그배경을 보면 그간의 안정화노력에 기인하는 면도 크다.
경제운영의 바통이 넘겨지면서 새 경제팀에는 한층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으리라는 기대가 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 못지않게 한편으로는 새 경제팀의 면모로 미루어 과거와 같은 「불균형 성장」을 답습,그결과 물가폭등ㆍ경제력집중을 재차 가중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큰게 사실이다.
○불균형 성장 우려
따라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개혁정책의 급추진이 문제가 있다면 설득력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고 성장정책도 달라진 경제환경속에서 추진방법이 구체화돼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란 경험과 솜씨가 필요하긴 하나 이로써 문제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새 경제팀은 우리 사회가 지금도 경제민주화라는 큰 전제아래 구조적 전환기를 겪고있으며 각계각층의 이해와 대립의 조정이 진행중 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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