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 싸고 기획원ㆍ재무부 정면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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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기회사차에 치였을때 자보보험금 안줘도 된다”/문제된 약관 기획원서 “무효”의결/“사리에 안맞아”재무부 고수 방침/산재보험의 보상범위 넘는 부문 말썽
근로기준법에 따라 재해보상을 받을수 있는 사람이 자기회사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했을 때 자동차보험회사에서는 별도로 보험금을 지급하지않아도 된다는 자동차보험약관조항을 약관심사위원회가 무효로 의결하자 주무부처인 재무부가 이를 받아들일수 없다고 맞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경제기획원약관심사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자동차보험보통약관조항중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회사의 직원으로 바로 그 회사의 차에 의해 사고를 당한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해 재해보상을 받을수 있으면 자동차보험은 배상하지 않는다』(보통약관 10조2항4호)는 조항은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에 어긋난다고 무효화했다.
약관심사위원회의 이같은 의결은 농업진흥공사가 자사차량에 의해 자사직원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바로 이같은 보험약관조항때문에 해당 유가족의 배상청구를 전액 부담하게되자 이 조항의 적법성여부를 심사해주도록 청구함으로써 이뤄졌다. 지난88년5월 농진공전남 강진 출장소직원 1명이 회사차의 사고로 사망하자 유가족들은 회사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벌였으며 농진공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1억4백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했었다.
약관심사위원회는 이같은 청구를 받고 문제의 자동차보험약관조항을 심의한 결과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산재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은 자동차 사고와 직접적 관련없는 하나의 우연』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때문에 자동차보험회사 측이 배상을 안해도 된다는 규정은 잘못이라고 밝히고 『피해자가 산재보상을 받는다면 그 범위내에서 보상은 안할수 있겠지만,산재보상액을 넘는 피해일경우 보험회사는 마땅히 배상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약관심사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재무부는 즉각 위원회의 결정이 사리에 맞지 않으므로 보험약관의 해당 규정을 고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재무부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보험은 「상업보험」으로 의료보험ㆍ산재보험등의 「사회보험」과는 다른 것이며,따라서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피해보상은 산재보험이,통상적인 자동차사고로 인한 피해보상은 자동차보험이 각각 담당하게 되어있는데 약관심사위원회의 결정처럼 산재보험이 담당할 부분을 자동차보험이 담당한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험료까지도 일반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나누어 내게되는 결과가 되어 일반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재무부는 지난 85년5월 대성탄좌개발이 한국자보를 상대로 낸 소송의 대법원 판결에서도 문제의 약관규정이 「무효라고 볼수 없다」는 판례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재무부는 관련약관의 변경을 인가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위원회의 약관심의에 대해 주무부처가 이처럼 강한 반발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약관에 관한 법률」은 강제성이 없으며 위원회가 어떤 사항을 의결하면 경제기획원장관은 이를 주무부처나 해당기업에 통보,문제의 약관을 시정요청하나 후속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경제기획원은 이에따라 현재로서는 위원회의 의결을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앞으로 재무부와 보험업계를 설득,위원회의 의결내용을 받아들이도록 견해차를 해소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장성효ㆍ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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