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강세 어디까지 갈까/엔ㆍ마르크 “몸살”… 증시공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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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 증시폭락… 대책없이 우왕좌왕/재할인율 올려 엔화시세 받칠듯/동서독 화폐 1:1 교환논의도 한몫
국제시장에서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미달러화의 급등세로 각국 외환당국자들이 당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달러화 강세에 밀려 주가가 폭락해 총선이후 가이후(해부)수상정부가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런 사정은 서독도 마찬가지다. 달러화는 국제외환시장에서 별로 오를 요인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엎고 지난 1월말 달러당 1.6885서독마르크에서 2일에는 1.7145마르크까지 치솟아 마르크화를 계속 약세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 일본엔화에 대해서도 1월말 달러당 1백44.35엔에서 2일 한때는 1백50엔(동경시장)을 돌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던 작년 4ㆍ4분기의 미국경제가 0.9%의 플러스성장을 이룩하는 저력을 발휘했고,작년까지 강세를 나타냈던 서독 마르크화가 동ㆍ서독 화폐의 1대1 교환논의로 약세로 돌아선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강세의 가장 큰 원인은 동경증시의 폭락이다.
동경 주가는 작년말에 비해 15%나 하락했다.
2월말의 동경증시 폭락은 87년5월 뉴욕증시가 무너졌던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이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6 ,27일 이틀동안 무려 36억달러를 풀어 엔화시세를 부추기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하시모토(교본용태랑)대장성장관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엔화약세현상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다. 엔화약세는 동경증시를 더욱 붕괴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와 결국 세계증시의 공황으로 확대될 것이다. 또 달러화 강세는 미국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통상마찰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연방준비은행이 수억달러를 뉴욕 외환시장에 투입,사태진정에 나섰지만 허사였다.
이에따라 일본은 4월에 열릴 예정인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담을 앞당겨 열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속셈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금리를 인하하도록 유도해 현재의 국면을 타개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조정은 선진 7개국의 금리체계를 전부 바꿔야하는 골치아픈 난제를 안고있다.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다.
결국 G7회담이 열려도 사태해결에는 별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미달러화 강세를 막으려면 일본이 재할인율(4.25%)을 다시한번 인상해 엔화가치를 높여가는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본은행은 작년에 세차례에 걸쳐 재할인율을 인상한바 있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일본증시는 더욱더 폭락할 위험성이 있다.
부시 미행정부가 과거의 레이건대통령과 같은 달러강세정책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대해 일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우왕좌왕 하고 있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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