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있어 대표팀 '허리'가 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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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자로 잰 듯한 프리킥과 코너킥, 골키퍼를 농락하는 중거리슛. 6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대만과의 아시안컵 축구 예선 4차전은 김두현(성남 일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전반 날카로운 프리킥과 코너킥으로 설기현.정조국의 머리에 정확하게 공을 배달했고, 후반전엔 골대 앞에서 뚝 떨어지는 드롭성 중거리슛으로 골맛도 봤다.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대만 수비진을 '패닉' 상태로 몰아간 8-0 대승의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최근 A매치에서 연달아 MVP급 활약을 펼친 김두현이 중원의 해결사로 각인되고 있다.

소속팀 성남에서의 김두현은 지네딘 지단을 방불케 하는 '중원의 사령관'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출전 시간이 적었다. 박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세 경기 동안 그라운드에서 김두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로 불린 백지훈과도 경쟁해야 했다. 출전 시간이 적다 보니 어쩌다 그라운드에 설 기회가 있어도 주도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TV 중계 화면에서는 그의 모습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는 법. 핌 베어벡 감독은 취임 이후 치른 세 경기에서 모두 김두현을 선택했다. 두 번은 선발 출전이었다. 김두현은 2골.3도움으로 화답했다. 날카로운 롱 패스와 중거리 슛은 전과 다름없었고 여기에 활발한 움직임이 더해졌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경기 출전을 거듭하면서 두현이가 대표팀에서도 감을 잡았다. 상대 문전에서 가장 위험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김두현이 주전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란전과 대만전에서는 그의 강력한 포지션 라이벌인 박지성이 왼쪽 측면에 섰다. 윙포워드 이천수의 공백 때문일 수도 있고, 베어벡 감독의 전술적 선택일 수도 있다. 공격수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움직임 등 공격을 풀어나가는 역량은 여전히 박지성에게 뒤진다는 평가도 많다. 전술 변화에 따라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확실한 공격형 미드필더 김두현이 있음으로써 베어벡은 박지성을 다른 취약 포지션으로 부담 없이 옮길 수 있게 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위력적인 중거리슛 등 김두현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박지성이 미드필더로 나서더라도 김두현은 가장 믿을 만한 조커다. 전술에 따라 두 명이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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