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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까지 자기계발 책 읽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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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교보문고 아동 서적 코너.

자녀들에게 읽힐 책을 고르느라 분주한 부모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자료사진=중앙포토)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데리고 교보문고를 찾은 이미숙(37)씨는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란 책을 골랐다.

이 책은 아동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출간돼 아동서적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씨는"어릴 때부터 이런 책을 읽으면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기계발서는 하루라도 더 빨리 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부모가 다 가르쳐줄 수는 없는 것들이 책 안에 들어 있지 않느냐"고 했다.

'어린이를 위한 …'에 이어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있는 책은 '어린이를 위한 배려'.

이 책 역시 아동용 자기계발서로 5월부터 1위 자리를 지키다 지난 달 중순부터 '어린이를 위한… '에 수위 자리를 내줬다.

아동 서적 부문에서 그동안 동화나 학습서가 베스트셀러 5위권을 지켜 왔다.

하지만 최근엔 아동용 자기계발서들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동화나 학습서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출간된 책만 하더라도 '대화를 잘하는 아이, 대화를 못하는 아이', '친구가 따르는 아이 친구를 따라가는 아이','내 꿈을 이루는 아이 남의 꿈을 좇는 아이', '성공을 꿈꾸는 10대들의 위대한 준비', '10년 후 성공하는 아이, 이렇게 키워라',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 '어린이를 위한 협상의 법칙', '정리형 아이', '초등학생을 변화시키는 31가지 습관'등 10여종이 넘는다. 이 책들은 대부분 서점에서 아동 서적 부문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동용 자기계발서의 인기에 대해 "성인용 자기계발서의 유행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성인용 자기계발서를 읽고 감동을 받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책을 골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같은 흐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창기 원장은 "부모가 자신이 없으니까 책으로 대신하려고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부모가 그 책을 읽고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보다 교육적으로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판업계에서도 "성인 자기계발서의 인기를 아동서 판매로 이어가 돈벌이만 추구하려다 동화시장까지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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