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인 진단시 열네번째 시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불면 동해 거친 바다도 잠들게 했다는 신라때의 전설적 국보 만파식적. 시동인 「진단시」는 이 피리를 주제로 열네번째 동인지 『피리』(민족문화사간)를 최근 펴냈다.
강경훈 권천학 김규화 문효치 박진환 신규호 유승우 이용주 임보 장순금 정의홍 홍해리씨등 회원 12명의 작품을 실은 이 시집은 후기에서 『이 피리소리가 땅을 울리고 하늘을 울려 백성들의 천파만파 근심걱정을 한 가닥이라도 잠재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히고 있다.
『백두대간은 단군님의 피리/백두에서 한라까지 젓대 하나로 잡으시고/신시의 그윽한 하늘 숨결로 트시었네.』
테마를 민족의 악기「피리」로 정해놓고 12명의 동인들이 제각기의 숨과 손마디로 피리를 불고 있다.
그러나 이 전통의 피리들이 먼 옛날에 묻혀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를 구멍내어 만든 피리소리는 「열두 율민초들을 햇덩이」로 품고 있어 홍익사상을 오늘에 일깨우고 있으며 한많은 민족의 소리를 담아 이 황량한 시대에 우리를 부드럽게 위무하고 있다.
82년 중견시인 8명으로 출발한 진단시는 그동안 전통적인 것을 제재로 한 테마시집 14권을 펴냈다.
1집의 서동을 비롯, 동동·배비장·온달·정읍사·도깨비·서낭당·말뚝이·수로부인·백결·꽃상여·놀부·장승등 우리민족에 낯익은 허구적이거나 역사적 인물을 통해 진단시는 망각되고 있는 민족의 성격을 오늘에 되살리고 있다. <이경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