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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주변에는 소아정신과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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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매봉역, 타워팰리스 옆길을 따라가다 보면 '소아정신과' 혹은 '아동클리닉'과 같은 간판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도곡동에만 소아정신과 2개, 아동정신과를 겸하는 신경정신과 2개, 아동상담클리닉 5개 등 9개가 몰려 있다. 그 외 소아정신과 진료를 하는 한의원과 기타 상담소 등을 모두 합치면 이름을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현재 강남구에만 소아정신과를 포함, 44개의 신경정신과 병원이 성업중이다. 그 중 25개가 2001년 이후 개원했다. 용산구·금천구·구로구에 소아정신과가 하나도 없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협의회 등록된 서울시내 각 구별 병원 수


타워팰리스 인근 지역에서는 일반 신경정신과에서도 아동 상담이 전체 상담치료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왜 유독 타워팰리스 인근에는 소아정신과가 많은 것일까.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협의회에 따르면 원인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적 이유와 지나친 사교육에 대한 스트레스다.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은 도곡동 부모들이 자녀의 사소한 문제에도 신경정신과 병원이나 상담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많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과외와 학원에 시달린 어린이·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병원을 찾는다는 것.

인근 강남 지역에서도 일부러 타워팰리스 근처 소아정신과를 찾아온다. 신경정신과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집 근처 병원에 다니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왠지 증상이 심각해야 가는 곳 같아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타워팰리스 근처 병원을 많이 찾는단다.

"학원을 여러 군데 보내다 보니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같아요. 성적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자신감이 없어보이고 말수도 부쩍 줄어 상담차 병원을 찾았어요. 병원에서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치료를 권했는데 꽤 효과가 있을 것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은 이미영(가명.41)씨의 말이다.

김창기 소아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는 과잉행동과 부모에 대한 적대적 반항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환자 중에는 가끔 가족 내에서 해결가능한 문제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아이들이 클 때는 다 그런 거지'하며 방치하는 경우는 매우 위험하므로 이상한 행동이 보이면 우선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상담할 것을 권했다. 김원장은 또 어린이들의 경우 약물·상담치료와 가족치료를 적절하게 적용하면 의외로 쉽게 고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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