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 중복·편중연구 심하다 |유도대 신상성교수 81∼85년의 박사학위논문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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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논문들이 주제의 심한 편중·중복으로 학계의 발전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구인력의 낭비만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상성씨(소설가·유도대교수)는 최근 간행된 『한국문학연구』제12집에 실린 「국어국문학 연구동향에 관한 연구」에서 1981∼85년 5년간 발표된 박사학위논문들을 분석, 이같이 지적하고 효율적이고 진취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학교, 학자, 지역간 석·박사 학위논문 주제의 조정 및 협의기구 설치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1981∼85년 5년간 배출된 국문학박사는 2백59명으로 해방이후 1980년까지 36년간 같은 분야에서 배출된 박사 1백59명보다 1백명이나 많다. 이같은 박사학위 취득자의 폭발적 증가는80년대 후반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는 고도경제성장의 과실이기도 하지만 고학력 실업·사회불안으로 대학원 진학률이 급증했던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문학계의 양적팽창이 곧 질적수준의 향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
81년부터 85년까지 발표된 국문학박사 학위논문 1백80편을 장르별·시대별로 분류하면 ▲소설 및 산문분야(55%)에 집중, 상대적으로 문학원론(3.9%), 희곡(2.2%)이 취약하며 ▲현대문학에서 1920∼30년대 ▲고전 문학에선 조선후기에 집중돼 시대별로 고른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연구대상 문인도 고전문학에서는 이규보·허균·박지원, 현대문학에서는 이광수·김동인·염상섭·한용운·김소월·이상등에 집중돼 있고 여타문인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같은 기간 발표된 79편의 국어학박사 학위논문 연구대상은 비교적 고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고대·중세어(22.8%)보다 현대어(34.2%)에 다소 몰리고 있으며 7·6%를 차지하는 방언연구의 경우 제주·강원도등 특정지역에 편중돼 있다.
국어국문학 박사학위 논문의 특정시대·장르·문인에 대한 편중·중복은 자료수집의 한계나 기존연구의 빈약으로 인한 이른 전개의 위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사학위논문이 요긴한 기초자료로 우리어문학사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해야지 기존의 연구성과들을 매끈하게 짜깁기하는 수준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신씨는 「남북통일 문학사」기술이 운위되고 있는 이때 국어국문학연구가들은 학자적 사명감에 입각, 민족의 동질성 확보를 위해 우리 어문학의 미개척 분야를 창조적으로 개척해야 하며 문교부 또는 학술원등이 중심이 돼 석·박사학위 논문주제 조정 및 협의기구를 설치해 연구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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