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상납」근본해결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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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연예계 배후에 깊숙히 뿌리박고 있는 폭력조직들에 대한 검찰의 철퇴가 내려지고 그 수사범위가 확대되면서 방송국연예담당 PD들이 수사대상에 오르고 일부 PD들의 부정에 대한 증거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방송가가 전례 없이 술렁거리고 있다.
그 동안「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던 연예인들의 일부 PD들에 대한 상납이 표면화되자 이러한 뒷돈 거래와 거리가 먼 다수의 방송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철저히 환부를 도려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방송가에선 이러한 당국의 일부 PD들에 대한 비리폭로와 처벌이「10년을 주기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생기는 일과성 현상」으로 여기고 있기도 하나 명백한 문제해결 없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나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모 방송국의 한 간부는『당국의 수사가 번번이 적당한 선에서 유야 무야 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PD들이 괜한 오해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차제에 옥석을 철저히 가러 대부분의 건전한 방송인과 방송 프로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채널·절대시간이 제한돼 있고 단 한번의 방송출연으로도 이미 유명해진 것으로 간주되기 쉬운 한국방송현실의 한계가 항상 곪아터지게 마련인 뒷돈 거래를 만든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있기도 하다.
또한 의식 있는 젊은 PD들은 밤무대를 주 수입원으로 한 가수들을 거느리고 있는 매니저들을 상대로 출연교섭을 해야하는 현실에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고 이들 가수들을 출연시켜 밤무대의 이권을 좌우하게 하는데 원인 제공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자성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10여 년간 가요·음악 프로를 담당해온 한 PD는『PD들이 직접 한국 음악을 주도해갈 새로운 가수나 곡을 개발해내지 않고 폭력조직이 배후에 있는 연예인들의 성장을 도와준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요즘 밤무대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트롯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더욱 씁쓸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일부 몰지각한 연예인 브로커들과 PD들의 행동 때문에 피해를 보게되는 것은 선량한 연예인들이고 애꿎은 시청자들이다.
한국 방송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방송을 이끌고 있는 PD들의 의식뿐만 아니라 방송제도 자체의 전면적인 재검토도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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