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괴물'의 '헤드폰녀' 한세아, 그녀는 멋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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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헤드폰녀'의 '정체'가 밝혀졌다.

영화 '괴물' 초반부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물에게 봉변을 당한 여자다. 머리에 헤드폰을 낀 채 음악을 듣고 있어 '헤드폰녀'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10초 정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짧은 장면이지만 네티즌들은 “인상적”이라는 반응에 이어,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누구냐"라며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헤드폰녀'는 한세아다. 도브 아시아권 모델로 활동한 적이 있고 SBS 'TV 동물농장'에 얼굴을 비친 적이 있다는 것이 이력의 전부이다시피 하다.

한세아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어리둥절해 한다. "인터넷에는 스무살이라고 돼있지만 실제로는 23살세"라고 정정했다.

'세아'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아름다운 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촌오빠가 새로 지어준 이름이다. 본명은 김경선이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에 재학 중이다. 조민기 교수(탤런트)의 지도를 받고 있으며 송일국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전지현과는 진선여고 동창생이다. 2004년 미스코리아 충북 미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등수에 들지는 못했다.

-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됐나?

▲ 연기가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든 건 고등학교 때다. 대학교에 들어가 제약회사 CF를 처음 했는데 많이 편집됐다.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했다. 개들과 함께 노는 리얼 시트콤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시즌 2도 찍었다. 영화는 '괴물'이 처음이다. 오디션에 합격해 출연하게 됐다.

- 괴물에게 끌려가는 그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나?

▲ 봉준호 감독이 약간 평범한 이미지를 원했다. 끌려가는 장면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액션스쿨에 가서 연습도 했다. 와이어를 착용하고 촬영했다. 괴물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고 찍었다. 온몸에 멍이 들었다. 조감독이 하얀 장갑을 낀 채 머리를 잡고 뒤로 젖히면서 촬영했다. 그냥 잡아당기면 아프니까 가발을 쓰고 했다.

- 실 핀으로 손톱의 때를 긁어내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그 장면의 손은 대역이었다. 촬영 때 현장에 없었다. 손톱의 때를 빼고 있다는 설정은 상황의 반전이었다. 분위기 있게 음악 듣고 있다가, 좀 깨지 않나?

- 예고편을 보고 놀라지 않았나.

▲ 놀랐다. 극장에서 다른 영화보고 있는데 ‘괴물’ 예고편이 나왔다. 설마 했는데 내가 나오더라. 주위 사람들이 나 끌려갈 때 안타까워하더라. 아무도 못 알아봤겠지만 조금 창피했다. 내가 그렇게 비참하게 끌려갈 줄은 몰랐다. 부모가 주위에 자랑을 많이 했다. 단역이라 그렇게 자랑하지 말라고 했는데….

-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 내 이름이 인터넷에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기분이었다.

- 띄워주기라는 의혹도 있더라.

▲ 진짜 그랬으면 찔릴 텐데 전혀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 프로필도 틀린 부분이 있고 조금은 아쉬웠다.

- 평소 성격은?

▲ 내성적인 B형이다. 낯을 많이 가린다. 책을 많이 읽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이어폰 끼고 집 근처 수원성을 한 바퀴 돈다. 유흥문화는 전혀 못 즐긴다.

- 봉준호 감독과 촬영할 때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나?

▲ 감동했다. 조금만 NG가 나도 감독이 달라왔다. "어디 안 다쳤냐?"며 단역까지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끝나고 같이 식사하면서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 예쁜 장면으로 해주겠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굉장히 세심하다. 여자가 보기에 매력적인 분이다. 예고편에서 좋게 편집해줘 고맙다.

- 촬영 끝나고는 어떻게 지냈나?

▲ 일상으로 돌아와서 학교 다니고 또 오디션 보러 다녔다. '각설탕', '뚝방전설' 등 많이 봤는데 다 떨어졌다. '뚝방전설' 때는 베드신 수위가 너무 높아서 못했다. 아직은 그런 것이 겁난다.

- 앞으로 계획은?

▲ 결정된 것은 없다. 오디션을 계속 볼 예정이다. 소원이 영화배우를 제대로 해 보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니까 욕심은 많다. 열심히 연기 연습할 것이다.

-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 또 다른 기회라고는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그렇게 주목받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연예계가 힘든 곳이라고 들었는데 소신껏 하면 괜찮을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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