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아파트 배관재료싸고 논란|한국부인회 건설업체의 폴리에틸렌관 사용결정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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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분당신도시 시법단지 아파트에 쓰이는 난방용 배관재료가 폴리에틸렌(PE)소재의 X-L파이프로 결겅되자 이같은 건설업체들의 결정이 입주자들의 이익을 외면한 처사라며 입주자들이 소비자단체에 고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처사에 대해 한국부인회는 상대적으로 열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며 압력에 강한 동관대신 X-L파이프를 사용하도록 결정한 것은 겉으로 『최고의 아파트만을 짓겠다』고 호언장담한 시공업체들이 원가절감을 통한 자사이익만을 추구,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부인회측은 『건설부가 정부투자기관인 주택공사측에 배관자재를 검토하도록 의뢰한 결과 동관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으나 건설업체들이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난방배관에 X-L파이프를 쓰도록 담합, 합의서까지 작성했다』고 주강했다.
부인회측은 『주택공사는 82년 이후 고층아파트에 모두 동관을 써왔다』고 전제한 후 『정부가 아파트분양가를 현실화해 인상했음에도 불구, 저급 배관재를 사용하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부인회가 한국과학기술원·연세대공대등의 관계학자들에게 의뢰해 알아본 X-L관의 문제점은 ▲재질자체가 열을 차단하는 부도체로서 열전도율이 낮아(동관의 1천분의 1 수준)난방효과가 적고 난방비 부담이 증가된다 ▲상용압력이 평방cm당 5㎏으로 약해 수명이 짧으며 특히 고층아파트에는 적합하지 않다 ▲비금속소재인 만큼 금속재료와 이음새 등을 접합할 때 확장·수축계수의 차이로 부적합해 하자가 우려된다 ▲가격이 싸고 시공이 간편해 인건비도 적게 드나 재생 불가능해 국가적인 손실이며 토양오염을 일으키게 된다는 등이다. 이에 반해 동관은 ▲은을 제외하고는 금속중 열전도율이 가장 높아 연료비가 절감되고 ▲다른 배관재료에 비해 신축성이 2천4백배 강해 동파의 위험성이 없다 ▲반영구적 수명을 가져 방바닥을 뜯거나 보수할 필요가 없고 재생이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
이같은 동관과 X-L관의 장·단점을 놓고 동관업계와 X-L관 생산업체간의 공방전도 치열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택건설에 들어가는 난방용과 급수용 배관의 시장은 연1천억원규모로 분당아파트에서 어떤 배관재를 사용했느냐가 앞으로의 시장판도에 큰 영향을 미쳐 업계들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부인회측은 25평아파트를 기준으로 할때 X-L관을 사용하면 자재비가 동관에 비해 약20만
원 줄게 되며 이를 근거로 분당시범단지조성에서 5개 건설업체들이 X-L관을 채택함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돈은 약4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식회사 풍산의 김경훈차강은 『내부 배관을 동관으로 써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자체가 무가치하다』며 『분양후 1년만 지나면 하자보수의 책임이 없는 건설업체들이 자기회사의 이익만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회사 럭키측은 『온돌용 강화 합성수지인 고밀도 폴리에틸렌소재의 X-L관은 수명이 반영구석이고 겨울철에 얼어도 전기적으로 해빙이 가능하며 시공이 간편한등 성능이 우수해 배관재로 전혀 손색이 없다』며 『열전도는 동관에 비해 떨어지나 한번 열을 받으면 오래가기 때문에 동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 김수용 설계1부차장은 『주택공사에서는 고층아파트에 동관만을 써온게 사실』이라며 『최근 원가절감을 위해 동파의 위험이 덜한 부산·제주·전남등지 등 남부지방의 5층이하 건물에 시험적으로 X-L관을 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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