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 정원 못 채워 잇단 폐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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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후쿠오카의 4년제 공과대학인 도와(東和)대가 학생모집에 실패해 자진 폐교하기로 했다.

24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도와대 측은 최근 문부과학성을 찾아 "신입생 감소로 인한 경영난으로 내년도 공학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폐교 신청서를 제출했다. 1967년 설립된 도와대는 의료전자공학과.환경디자인공학과.정보학과 등을 둔 공과대학으로, 올 봄 신입생 수는 정원 160명을 밑도는 140명이었다.

정원 미달로 인한 대학의 자진 폐교는 일본에서 이번이 두 번째다. 2004년 히로시마의 릿시칸(立志館)대학이 단기대학에서 4년제로 변경한 지 4년 만에 폐교 신청을 했다.

정원 미달로 인한 재정난으로 대학이 파산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2004년 센다이시의 도호쿠(東北)문화학원대학은 "300억 엔의 부채를 자체 능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파산에 해당) 적용을 신청했으며 이듬해에는 야마구치현의 사립 하기(萩)국제대가 뒤를 따랐다.

일본 사립학교 진흥.공제사업단 조사에 따르면 올해 봄학기 4년제 사립대 중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전체의 40%인 222개교에 이르렀다. 2005년(160개교)에 비해 62개교가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이다. 낮은 출산율(1.25명)로 입학 대상 인구가 주는 바람에 대학 신입생 수가 매년 감소하면서 일본은 내년 대학 신입생 정원과 대입 희망자 숫자가 같아지는 '전원 대입 가능 시대'를 맞고 있다. 여기에 대학이나 학부 신.증설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정원 미달 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신설된 대학만 8곳, 신설된 학부는 50개나 돼 올해 4년제 사립대학 전체 입학 정원이 9000여 명 늘었다.

이 때문에 대학 간 인수합병(M&A) 등 자구책 마련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 초에는 일본 간사이 지방의 명문 사립대인 간사이가쿠인(關西學院)대와 세이와(聖和)대가 2008년 4월 학기부터 통합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도 대학들의 폐교와 통폐합에 대비해 재학생들의 전학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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