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세운 퓨마'아르헨 첫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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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아르헨티나가 14일(한국시간)호주 고스포드에서 벌어진 제5회 럭비월드컵 A조리그 2차전에서 나미비아(세계랭킹 25위)에 67-14로 이겨 1승1패를 기록했다.

오는 22일 루마니아(세계랭킹 15위)와의 3차전에서 승리하면 1999년에 이어 2회 연속으로 결승토너먼트(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대회에서 8강에 진출했을 때 세계 럭비계는 '퓨마(아르헨티나 럭비팀의 애칭)의 기습'이라고 소란을 피웠다. 남미팀의 8강 진출과 '브리티시 포'(잉글랜드.스코틀랜드.아일랜드.웨일스)의 탈락은 초유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럭비계의 판도는 유럽과 대양주로 양분된다. 브리티시 포에 프랑스.이탈리아가 가세한 '식스 네이션' 과 뉴질랜드.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구축한 '트라이 네이션'이 양대 산맥이다. 월드컵에서는 87년 뉴질랜드, 91.99년 호주, 95년 남아공 등 트라이 네이션이 차례로 우승했다.

아르헨티나의 플레이는 독특하다. 최근 세계 럭비는 백스(날개를 맡아 빠른 러시로 수비를 돌파하는 포지션, 배번은 11~15번)를 강조하는 뉴질랜드 스타일이 주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여기에 개인기를 더했다. 특히 동료 선수를 스크린 삼아 임기응변으로 지역을 돌파하는 테크닉은 매우 화려하다.

럭비에서는 팀당 15명의 선수를 주심 1명이 컨트롤한다. 주심이 못 보는 상황도 허다하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주심의 눈을 피해 반칙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난폭한 플레이를 해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데 능하다. 10일 개막전에서 호주의 데이비드 기펀은 공중볼을 잡으려 점프했다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차징으로 그라운드에 거꾸로 떨어져 졸도, 병원으로 후송됐다.

럭비대표팀의 민준기(상무)감독은 "아르헨티나와 경기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순간 유럽이나 대양주 팀과는 전혀 다른 상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통과 규칙에 집착하는 주류 럭비와 달리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칠다"고 말한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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