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조용히 한국영화계 떠날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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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기덕(사진) 감독이 21일 언론사에 e-메일을 보내 영화 '괴물'에 대한 자신의 최근 발언을 사과하는 한편 스스로의 영화를 혹평하며 한국영화계에서 물러날 뜻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인 이 내용이 진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연합뉴스에 보낸 '김기덕 사죄문'에서 '괴물'에 대해 "'한국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 이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이 말에 대한 네티즌의 악성 댓글에 대해 '이해 수준을 드러낸 열등감'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송하다"고 밝혔다. 또 "몇 번의 해외 수상과 개봉 성과를 가지고 한국 관객을 가르치려는 오만한 태도로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라는, 안 해도 될 말을 선언적으로 한 것도 뒤늦게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제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인임을 알았다"면서 자신의 영화를 열거한 뒤 "어느 관객의 말처럼 모두 쓰레기"라고 했다. 개봉을 앞둔 13번째 신작 '시간'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수입사가 계약을 해지해 준다면 개봉을 멈추고 싶다"고 밝혔다. e-메일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 관객의 진심을 깨닫고 조용히 한국영화계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마무리됐다.

영화평론가 남동철(씨네21 편집장)씨는 "스스로의 작품을 그렇게까지 폄하하는 것으로 보아 일종의 반어법이 아닐까 싶다"면서 "자신의 영화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실망이 깊어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편 '시간'의 국내배급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감독에게서 개봉과 관련한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면서 "24일 전국 12곳 극장에서 예정대로 개봉한다"고 밝혔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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