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개편「상도동」이 뛴다|"내년 초 보자"…김영삼 총재 복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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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공 청산이 매듭지어지는 것과 함께 정가에 서서히 개편의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이른바 1노3김으로 통칭되던 기존의 정치 틀이 6공 전반기 2년여의 시험가동을 통해 한계와 문제점들을 드러내자 각 정파는 차기를 준비하는 탈바꿈의 일환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내밀한 변화추구의 흐름은 여야모두에서 엿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곳이 민주당이며 그 주역이 김영삼 총재다. 김 총재진영은 최근 들어 무언가 「도모하고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며 김 총재는 아예 4당 체제의 분쇄를 공언하고 있다. 김 총재는 이미 『내년초께』라고 뚜껑을 열 시기까지도 언급해 놓고있다.
○…김 총재의 이 같은 공언에 대해 주변에서는 그 내용을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시되고있는 관측중의 하나가 범민주통합론이다. 이는 기존의 야권통합주장과는 근원적으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야통」이 평민당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범민주는 평민을 아예 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즉 평민과는 『딴 길을 가겠다』는 전제아래 공화 및 온건재야 등을 민주라는 이름으로 묶어 맹주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양김의 화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며 최근 김 총재는 TV회견에서 87년 대통령선거 패배의 원인을 김대중 총재의 분당 때문이라고 못박아 아예 「의절」을 내비쳤다.
따라서 앞으로 상도동의 정치행로는 동교동과 상호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들이다.
김영삼 총재는 자신의 「범민주」구상을 펼칠 여건이 성숙됐다고 보고있어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구체적인 실행에 옮겨 통합론을 먼저 치고 나올 작정인 듯 하다.
○…김 총재의 복안은 우선 민주화 제휴를 바탕으로 한 연합이 이루어지면 민정, 평민, 민주-공화의 3각 제휴구도를 바탕으로 한 그 다음 단계의 보수대연합론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자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즉 민정이 평민과 민주·공화라는 두 축을 두고 어느 쪽과 짝짓기를 하느냐가 문제겠지만 민주-공화 쪽과의 연계에 좀더 높은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이 이 안의 골자다.
이를 두고 양쪽 캠프에서는 사실 그 동안 비밀접촉설 등 여러 가지 그럴듯한 얘기들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자제에서의 연합공천에서 조금 더 비약하면 연립내각 얘기까지 나오는 정도다.
이 세의 논거는 민정당의 내분 쪽에서 비롯된다.
민지당이 뚜렷한 지도자 없이 헤매게되면 상도동과 김종필 총재 및 민정일부가 함께 연립주택식 합가를 이루는게 가능하리라는 판단들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상도동 일각에서는 그 동안 좀더 적극적으로 여권내 TK를 분열시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분석도 있다.
사분오열이 심화될수록 대안으로서 김 총재의 비중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할지 모르지만 민정당 박준규 대표와 김재정 국회의장 등 고위 여권관계자들과 상도동과의 접촉이 잦다는 소문이어서 혹시나 하는 추측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당내 일각에서도 주목할만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재의 사실상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황병태 특보는『이미 지난6월부터 상당한 정지작업을 해왔다』며 『이제 선명경쟁이 아니라 정책대결로 일대변신을 해야할 것』이라고 민주당의 항로변경을 시사하고 있다.
또 다른 고위당직자도『12·12타협에서의 양보는 대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해 대연합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그러나 민정당내에는 여전히 민정·평민간의 이원집정제식 정계개편을 점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민정이 평민과 민주 양쪽에 「더블플레이」를 하고있는 것인 만큼 민정·평민의 합작 하에 고사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 경우 김 총재의 복안은 공생을 위해 공화와 더욱 긴밀한 관계설정 쪽으로 나타날 수 있다.
김영삼·김종필 총재로부터 합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자제 연합공천 또는 느슨한 형태의 정당연합정도와 같은 충격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청와대회담을 전후해 5공 청산 후 예상되던 당내 야권통합의 압력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공공연히 통합주장을 펴던 최형우 전 총무와도 『통합의 실현에 최우선을 두고 함께 추진하는 식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궁극적으로 양김퇴진 및 집단지도체제 등을 주장했던 최 전 총무가 김 총재를 중심으로 한 주류의 통합론으로 궤를 같이하기로 했다는 것은 김 총재의 개편추진 결심이 그만큼 굳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징후다.
어쨌든 김 총재는 신년초에 범민주의 통합을 치고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그것은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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