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방석' 앉은 귄터 그라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나치 친위대에서 일했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는 노벨상 수상 작가인 귄터 그라스(사진)가 군복무 비밀을 밝힌 덕분에 돈방석에 앉게 됐다.

고백 내용을 담은 청소년기의 회고록인 '양파껍질'이 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어서다. 이 책이 출판 대박을 터뜨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9월 초 시판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등에 주문이 밀리고 있다.

독일의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17일(현지시간) "1쇄 15만 부가 예약으로 거의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번역출판권도 이미 12개국으로 팔려나갔다. 일간지인 빌트는 작가가 독일어판 인세로만 최소 170만 유로(약 20억4000만 원)를 여기에 외국 판권료는 덤으로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라스가 저술한 '양철북'을 비롯한 '고양이와 쥐' '넙치'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며 1200만 부 이상이 팔렸었다.

독일 출판계 일부에서는 "그라스가 새 책이 출간되기 직전에 의도적으로 나치 친위대 사실을 고백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출판 전문지인 '부흐레포르트'의 토마스 빌킹 편집장은 "그라스의 고백을 둘러싼 논란은 확실히 그의 새 책이 많이 팔리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출판 관계자도 "그라스에 관한 논란 때문에 책 주문이 늘고 있다. 독자들의 75%는 이번 친위대 고백 소동을 통해 그라스가 신간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상당수가 '묻지마' 구매에 나섰다"고 전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