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투병생활 21개월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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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왕년의 명 축구감독 장운수씨(장운수·62)가 1년9개월째 재기가 어려울 정도의 외로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87년 감독으로 있던 대우구단 측과 갈등이 생기면서 명목뿐인 총 감독으로 물러난 후 작년 초 축구협회 집행부에서마저 빠지자 충격을 받아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다. 장씨는 전신마비증세를 일으켜 체중마저 30kg이나 줄어든채 이제까지 쓸쓸히 병상생활을 하고있다.
장씨는 지난 58년 경신중을 시작으로 축구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이래 31년 동안 차범근 (차범근·36) 허정무(허정무·월드컵 대표 트레이너) 변병주(변병주·월드컵 대표)등 한극 축구의 대들보들을 길러낸 스타플레이어 조련사.
장씨는 경희대를 졸업, 체육교사로 경신중에 부임한 후 박봉을 털어 가며 축구팀을 육성, 경신중을 중학축구의 최강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장씨는 당시 차범근을 비릇, 김창일(김창 일 전 국가대표) 김인권(김인권·현대코치) 김강남(김강남·경신고) 김성남(김성남·고려대코치) 박종원(박종원·전 국가대표) 등 한국축구의 기둥들을 키워낸 명장으로 유명하다.
끝없는 축구열정을 갖고 있딘 장씨는 74년 17년간 몸담았던 경신중을 떠나 신생 대구 계성고 축구부를 맡아 2년 동안 정종관(정종관) 오세권(오세권) 등 국가대표선수들을 배출해내며 역시 전국 강호로 키웠다.
장씨는 76년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연세대 코치로 부임, 모교 출신이 아닌 지도자에게는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풍토를 극복하면서 5년 동안 전국 규모 대회보다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정기 연·고전에서 2승1무를 기록해 뛰어난 역량을 재확인했다. 이 당시 장씨는 허정무·변병주 외에 조광래(조광래·대우 트레이너) 이장수(이장수·일화 트레이너)등 한국축구의 황금 발들을 키워냈다.
80년 장씨는 대우 팀 코치로 자리를 옮겨 84년 대우 로열스의 프로리그 정상정복을 실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축구밖에 모르고 우직한 장씨는「계산에 예민한 기업의 생리」에 적응못해 구단 운영진으로부터 배척 당했으며 한때 팀 성적이 부진에 빠지자 이를 이유로 전격 제거되었다.
장씨의 케이스는 기업의 그늘아래 안주하려는 한국 스포츠가 겪는 시련의 좋은 본보기로서 체육인들에게 교훈이 되고있다.<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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