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뒷감당 못해"쩔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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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두달째 장기화하고 있는 지역 의보 조합 노조파업이 노조 측의 요구조건이 한가지도 해결되지 않은채 시간을 끄는 동안 노조 내부와 지역별로 이탈자가 속출, 진퇴의 기로에 놓여 고비를 맞고있다.
통합 의보 시행과 임금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10월23일 서울지역 의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 부산·대구·인천·대전·전북·경남·강원·경기·충남·제주 등 전국 11개 시·도로파업이 확대되었다.
노조가 야당 당사 농성·연합집회·전산실 점거·가두서명 운동 등을 벌이며 파업을 계속하는 동안 지역 의보의 민원업무가 거와 마비되고 의료기관에 대한 진료비 지급이 지연되는 등 파문이 잇따랐었다.
그러나 당국은 통합 의보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임금도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되면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맞서며 노조 파업에 대해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파업 후 노사간의 협상마저 전혀 이뤄지지 않자 노조 측이 중앙 단체교섭을 통한 일괄타결을 요구했으나 이 요구도 당국에 의해 거부당했다.
이와 함께 노조 측은 국회에 대해 통합 의보 법안을 처리토록 압력, 야3당으로부터 정기국회 회기 중 통합 의보 법안을 표결로 통과시킨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야3당은 지난3월 거부권이 행사된 통합 의보 법안을 폐기시키고 새로 합의한 수정법안을 재상 정해.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정부·여당의 반대에 부닥쳐 거부권 법안 및 수정 법안을 본 회의에 상정시키지도 못한채 19일 정기국회 회기를 넘기고 말았다.
또 임금 인상문제도 19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지역의보 조합 직원의 임금은 기본급 9% 인상으로 확정돼 협상의 여지가 없어졌다.
한편 파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채 장기화하자 노조내부에서 갈등이 노출, 충남과 전북 등 2개 시·도가 파업을 풀었고 인천도 21일부터 업무에 복귀키로 하는 등 다른 지역들도 파업 이탈이 속출해왔다.
더욱이「무 노동-무임금」원칙에 따라 지난달에 이어 12월에도 노조원들이 월급은 물론 상여금도 받지 못할 지경이어서 노조 측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노조 측은 무 노동-무임금 원칙 및 파업 관련 고발자 사법처리 철회 등 마지막 카드를 내놓고 이 요구를 들어줄 경우 파업을 푼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사 당국은 무 노동-무임금 원칙은 정부방침에 따라 완화할 수 없으며 고발자 사법처리도 개별 조합의 사용주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노조 측은 18일부터 잇따라 회의를 열어 파업 계속 여부를 논의하고 있으나 파업을 계속할 명분도, 풀 명분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 내에는 금명간 파업의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이번 장기파업을 통해 노조 측이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퇴로를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당국에 대해서도『너무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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