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중·하 3단 구조로 된 3신불회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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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금까지 나타난 고려불화는 모두 1백여점으로 대부분 일본에서 발견됐다. 국내에는 호암미술관이 최근 2점을 일본에서 사온 것 외에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 벽화편(조각)이 남아있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칠병이 있을 뿐이다.
고려불화는 대부분 관경변상도·아미타변상도·관음지장도 등으로 화엄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한 화엄변상도에 속하는 3신불회상도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어서 자료적 가치가 크다.
이번에 발견된 화엄변상도는 상중하 3단 구조로 돼있으며 상단에 법신불인 비로자나불, 중단에 보신불인 노자나불, 하단에 화신불인 석가모니불 등 3신불과 각각 그 권속(무리)의 세계를 도설한 것이다.
이것은 불교에 있어서 절대적 세계와 상대적 세계,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현실의 세계를 묘사한 것으로 조선시대 불화와는 양식이 다르다.
조선시대의 3신불도는 법신불을 중앙에, 그리고 그 좌우에 보신불과 화신불을 배열하는 형식을 지니고 있고 그외의 권속은 8대 보살상과 10대 제자상, 사천왕상을 배열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고려불화가 지니는 일반적 특징이랄 수 있는 화려하고 섬세한 터치의 필법을 보여주고 있어 조선시대의 3신불도가 지나치게 도식화돼있는데 비해 생동감이 넘치고 있다.
양식면에서는 일본 지은원에 소장돼있는 지치년간의 고려불화인 관경변상도와 같은 계통의 불화인 것으로 홍윤식 교수는 분석했다.
보존상태도 명문부분이 다소 훼손됐을 뿐 비교적 양호한 상태여서 18일부터 시작되는 제2차 정밀조사 때 명문부분의 해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명문이 해독되면 고려후기로 추정되는 제작연대가 정확히 밝혀지게 된다.
이번 화엄변상도의 발견은 일본에 소재해 있는 한국문화재를 조사하기 위한 한일공동조사단의 첫번째 업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일본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우리 문화재가 도처에 산재해 있으나 소장자는 물론 전래경위나 학술적·역사적 평가 등에 대한 조사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유보돼왔다.
이에 따라 지난7월부터 94년까지 5개년계획으로 한국정부와 일본 정토종, 교토와 나라박물관 등의 협조를 얻어 동경대와 일본교토불교대·대정대가 공동으로 일본소재 한국문화재 조사작업을 벌이고있다.
우리측에서는 홍 교수를 단장으로 황수영 동국대 명예교수·천혜봉 성대교수 등을 지도위원으로 모두 9명이, 일본측에서는 이토(이등유진) 경도불교대 학장을 단장으로 6명이 이 조사작업에 각각 참가했으며 ▲일본소재 한국문화재의 현상 ▲전래경위 ▲분포상황 ▲일본에서의 기능 등을 중점 조사하게 된다. 90년까지는 주로 불교문화재를, 이후 94년까지는 전체적인 조사가 진행된다.
이번 공동조사가 끝나면 양국은 조사보고서를 발간, 한일문화의 비교연구자료로 삼게되며 이를 토대로 학술회의도 교환 개최할 예정이다. <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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