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담판" 한 목소리|3김「예비회담」서 무슨 얘기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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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공 청산이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야합의 청산이냐, 아니면 여권의 일방 종결 청산이냐를 놓고 최후 담판을 벌일 정일 청와대 영수회담을 앞두고 야3당은 13일 총재회담을 열어 사안별 입장과 전략을 최종 점검한다.
야3당은 일단 합의 청산 쪽에 방향을 맞추고 여권이 제시했던 축소 청산방안에 대응할 카드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정호용 의원 사퇴 전두환씨 약식증언」만으로 짜여진 축소 청산 방안에 야3당은 불만을 토로, 평민당은 법적 청산, 민주당은 이원조 의원 사퇴, 공화당은 최규하씨 증언 문제를 제각기 제기해 야권의 5공 청산 공조에 균열이 생기지 않았느냐는 의구심 마저 일었던게 최근의 상황이다.
특히 여권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던 이 의원 사퇴의 성격을 놓고 평민당과 민주당 사이에 일시나마 감정대립 마저 있었다.
민주당 측은 이 의원 문제를 지난 대통령 선거때 평민당과 관련된 정치자금 수수설 때문이 아니라 5공 때 부실 기업 정리과정에서 있었던 경제비리와 정경유착 때문이라고 공식 해명함으로써 평민당과의 감정대립을 피하려 하고 있다.
야3당이 이 의원처리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조정하느냐는 것은 앞으로의 여야 영수회담 성패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총재회담의 가장 중요한 초점이다.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여전히 이 의원 사퇴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데다 여권이 힘들게 정지작업을 해놓은 정 의원 사퇴와도 연결돼 있어 5공 청산 최후의 걸림돌이 되고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의원 처리문제가 여야 합의에 의한 연내 종결이라는 대전제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있다.
이 부분에 대해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김영삼 총재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이 의원 문제를 먼저 거론하지 않겠다』고 했고, 김종필 공화당 총재도『그 문제라면 김영우 총재에게 물어야할 것』이라고 해 표면적으로 개입을 꺼리는 기색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사견임을 전제,『이 의원 공직사퇴를 굳이 고집하지 않는다는게 공화당 입장』이라며『JP(김 공화 총재)가 13일 YS(김 민주 총재)를 설득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김종필 총재가 적극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김대중 총재도 은근히 동조할 눈치여서 이 문제가 3김 회담에서 풀릴 수도 있음을 비쳤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국적 차원에서 여권이 강력히 거부하고 있는 이 의원 문제를 한발 양보해야 된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지난 3월 중평 보류 때와 같이 김영우 총재가 혼자 고집부리다 얻어내는 것 하나 없이 자칫하면 5공 미 청산의 책임만 뒤집어쓰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 문제는 설령 야 3당 총재회담에서 방향이 서더라도 결국 청와대 협상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물릴 것이라는 지적들이다.
김원정 평민총무는『5공 청산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실마리가 풀리게 될 것이라고 했고 김용채 공화 총무는『여권이 민주당이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주어야 한다』고 「협상」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같은 확실치는 않지만 낙관 쪽을 점치는 견해는 노 대통령이 합의 청산 의지를 보이고 있고 최근 여권에서 양쪽 명분을 살리면서 이 의원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조짐이 보인다고 야당 측은 해석하고 있다.
김영삼 총재의 대여협상 창구 역할을 했던 황병태 특보는『최근 여권에서 김 총재 주장의 깊은 뜻을 인식하기 시작한 감을 느꼈다』며『이 의원이 정 의원처럼 계파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구 의원도 아니지 안느냐』고 밝혀 무언가「양보」선을 서로가 찾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의원에게 국회의원을 경직할 수 없는 새로운 직책을 준다거나 정 의원과 동시 처리가 아니고 시차를 두는 방법 등이면 서로 명분을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12일 오전까지 청와대 영수회담의 형식을 놓고 개별회담과 연석회담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청와대측이 갑자기 연석으로 돌아선 사실을 두고 각 당간에 해결의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 쪽 만으로 5공 청산 마무리 작업의 성과를 점치기에는 아직 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정 의원이 마지막까지 사퇴불가를 외치며 내세운 축소 청산안을 야당이 냉큼 받아먹기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고 법적 청산에 대한 시한 설정 등도 문제다. 특히 평민당과 민주당간의 5공 청산 주도권에 관한 신경전도 야3당간 합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한 당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5공 청산 내용에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며 바로 이점이 노 대통령의 정치력이 시험 당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종필 총재가 13일 야3당 총재회담에서 중재 역을 자처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야권내의 미묘한 대립·경쟁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3김 총재는 지난번 회담에서 합의한 ▲전·최씨 증언 ▲5공 핵심 6인 처리의 내용을 일부 조정하고 예산안 연계투쟁 이라는 고리를 푸는 신축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는 표면적으로 지난번 합의사항을 재확인하더라도「여야합의에 의한 5공문제의 연내종결」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협상이 성사될 수 있는 길을 터놓을 것으로 보인다.
3김 총재 모두 내년의 어려운 사정과 정치불신이란 압력을 받고있는 만큼 그들로서도 굳이 별 명분도 없는 정권퇴진 운동을 펴기보다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5공 합의 청산」을 굳이 외면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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