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시대 서민애환 알것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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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도시풍의 분위기 연출에 능한 탤런트 최명길이 2년여만에 스크린에 출연, 농도 접경지역의 새침떼기 아낙역으로 변신해 촬영에 분주하다.
신예 장선우 감독이 『성공시대』후 두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여주인공 민공례역을 맡은 최는 『반농·반도를 배경으로 고지식한 농촌남편보다는 약삭빠른 변두리 도회인에 살금살금 빠져드는, 그러나 겉으로는 순종적인 농촌여인의 모습을 간직한「80년대 신개발지역의 여인」역이 무척 까다롭다』고 말한다.
『우묵배미의 사랑』은 인기작가 박영한의 연작 세태소설의 하나다.
민공례는 바람기 많은 유부남 배일도(박중훈분)의 집요한 사랑공세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다 끝내 불륜으로 치달아 버린다.
『속고 속이는 일이 잦은 도시인들의 부부관계에 비춰보면 이들의 사랑은 오히려 진솔한 것 같아요.』
주로 비닐하우스와 통닭집을 무대로 한 소설 속의 민공례와 배일도의 사랑은 가난하고 습기찬, 그래서 우습고 서글픈, 그러나 풋풋하고 건강한 사랑처럼 보인다.
극중의 직업인 미싱일을 배우느라 손톱이 찍히고, 바람피우다 들통나 남편(이대근분)에게 무지막지하게 얻어맞아 실제 병원신세를 졌다는 최는 『잘난체하며 이기적인 도시여인역을 주로 하다 이번 역을 맡아보니 80년대 산업화 밀물 속에서 떠도는 서민들의 애환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알게 됐다』고 말한다.
최는 『우묵배미…』에 이끌러 2년간 해오던 MBC-FM의 『0시의 데이트』DJ일도 그만뒀다는데 민공례역으로 86년 탄 대종상을 다시 한번 타고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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