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6·25 못지않은 안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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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역대 국방부 장관들의 모임은 국민의례로 시작했다. 김성은.이상훈.김동신 전 장관 등 역대 장관과 군 원로인 백선엽 장군 등 20여 명은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태극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전작권 환수 논란을 계기로 만들어진 전직국방부장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은 전 장관은 인사말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6.25전쟁에 못지않은 심대한 안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11일 오후 3시 서울역에서 열리는 전작권 환수 반대 집회에 덥더라도 모두 군복을 입고 참석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팔순을 넘긴 그는 "이런 나이에 우리가 얼마나 괴롭고 답답하면 그렇게 나와서 하겠느냐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의 제목은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작전권 환수 발언에 동의 못해'였다. 역대 장관들은 9일 특별회견을 통해 전해진 노 대통령의 견해를 강력히 비판했다. 일부 장관은 '망언' '어불성설'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채택된 성명은 당초 초안에서 일부분이 수정돼 발표됐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직을 걸고 전작권 환수 논의를 중단시키라는 대목은 빼고 '우리 군의 능력을 신뢰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한 전직 장관은 "인간적인 면으로도 그렇고 전체 군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다음은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노 대통령의 견해에 대한 전직 장관들의 반론.

▶"평택 미군기지 입주가 완료되는 때가 적기다. 2012년 이전에 환수해도 지장 없다."="여건과 능력이 모두 구비되지 않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가 근원적으로 해소된 뒤에야 가능하다. 능력도 없는데 무슨 시한을 정해 놓고 정치적으로 목표화해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가 있나."(김동신)

▶"한국군 역량을 과소평가한다. 능력 갖추기에 충분한 시간이다."="재원 조달과 군사기술 획득을 생각하면 전력 증강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다. 장비의 운용이 숙달되고 전력화하려면 5~10년이 걸린다. 도입 시기만 따지는 건 착각이다."(김동신), "전시에 북한 후방으로 특전사를 보내려면 미군 비행기로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연합전력이다. 정보 자산과 전략.전술지휘통제자동화(C4I)도 안 돼 있다."(이종구)

▶"전작권 환수돼도 미군의 정보 자산은 지원될 것이다."="그건 본인의 희망일 뿐이다. 전작권이 환수되면 저절로 소멸된다."(김성은), "한.미 지도층 사이에 신뢰가 깔려 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없는 상태에선 힘들다."(이병태)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자기 마음대로 말할 게 아니다. 한국 대통령이 혼자 얘기할 사안인가. 전작권이 환수되면 연합사가 해체되는데 큰 틀에서 한.미동맹이 무너질 수 있다."(이병태), "전작권 환수는 미군 철수, 연합사 해체로 이어지고 가장 중요한 건 김정일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이종구)

▶"(전작권 이양은) 미국도 바라는 바다."="러포트 전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나 누가 전작권 환수를 요구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계속 요구하는데 안 하겠다고 하면 미군이 계속 한국에 눌러 붙어 있으려 한다고 할 것 같아 가져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또 내년에 대선이 있는데 반미 감정이 드세질 수도 있으니까 빨리 이양하겠다고 하는 것 같다."(김성은)

▶"전작권 환수는 노태우 정부 때 입안하고 김영삼 정부에서 일부 추진되다 중단된 것이다."="당시에도 한국 쪽에선 능력이 준비 안 됐다고 하고 있었다.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백지화됐는데 당시에도 긴밀히 협의했으면 꼭 환수 쪽으로 갔으리라고 볼 수 없다. 지금은 북핵에다 미사일 문제까지 겹쳐 있지 않나."(김동신)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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