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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결정에 주민 참여율 높여야|「지방 자치와 국가 발전」 학술 발표회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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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방 자치제 실시가 코앞에 다가왔다. 지방 자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와 국민 모두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5공 청산 등 정치 현안에 밀려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 버린 느낌이다.
경흐대 사회과학연구소 (소장 박명광 교수)는 28일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곧 닥쳐올 지방자치제에 대해 「지방 자치와 국가 발전」이라는 주제로 프레스센터 국제 기자 회견장에서 학술 발표회를 가졌다. 다음은 주제 발표 및 토론의 요지.
▲박동서 교수 (서울대·행정학)=한국은 61년 이후 권력의 집중과 참여 제한 속에서 부분적 민주주의가 계속돼 왔고 경제도 관 주도로 이끌어져 왔다. 이런 상황은 각 지역간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고 국민 통합과 민족 공동체 의식 형성을 방해해 왔다.
내년부터 지방 의회가 구성돼도 분권화는 쉽지 않겠지만 지방 자치제를 통해 보다 많은 지역민의 참여와 합리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또 주민들이 낸 세금을 스스로 결정한 사업에 집행하는 것이므로 지금보다 무리가 덜해지고 사업에 대한 평가도 보다 합리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방 자치 시대를 맞아 지역내의 토론과 정보 교류를 위해 지방 신문의 활성화도 기대되고 그동안 가로막혀 있던 청년층의 정치 참여가 지방의회 선거를 통해 실현될 수 있으므로 젊고 유능한 정치인의 양성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준기 교수 (경희대·정치학)=영국의 민주주의는 주민 자치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여서 계층간의 극단적 대립보다 타협과 조화로 문제를 자연스레 해결해왔다.
지방 자치제의 핵심은 분권화와 참여의 효율성이다.
현재 지방 자치제의 실시 범위를 놓고 기초 자치 단체 (시·군·구)의 우선 실시를 주장하는 정부·여당안과 전면 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 안이 대립하고 있는데 정부·여당 안은 「재정 자립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헌법의 조항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지방 자치제의 원래 의미를 살리면서 성공을 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광역 지방 자치의 전면 실시와 기초 지방 자치 단체 중 재정 자립도가 높은 곳을 선정해 동시에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방 자치의 정당 참여도 초기에는 정당 참여를 배제하되 지방 자치제가 정착된 뒤에는 정당 참여를 시키는게 바람직하다.
지방 자치제의 성패를 결정짓는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3%에 지나지 않는 지방세 부담률을 선진국의 20% 수준에 다다를 수 있도록 국세 중 상당 부분을 지방세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
▲차병권 교수 (서울대·국제 경제학)=60년대 초부터 시작된 경제 개발은 외형적인 급성장과 함께 지역간의 경제 발전 격차도 확대시켰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그 인접 지역은 전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지만 강원·충청·전라·경북 등은 그 상대적 비중이 모두 떨어졌다.
또 그동안 서울·부산·경기도를 제외하고는 지역간의 인구 순전입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해 인구 집중의 편중 현상을 불러 지역적 균형 발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6차 사회 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이 내세운 「능률과 형평」을 위해서는 종래의 중앙 정부 주도보다는 지방 정부 주도로 주민 의사를 반영해 지역 실정에 맞는 경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 자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국적인 발전 계획과 지역 개발 계획의 연관성을 높이고 예산 편성도 중앙과 지방이 체계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변동현 교수 (전남대·신문 방송학)=문화에 있어서도 지역 문화가 필요하다. 사회가 복잡하고 커질수록 인간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심리가 팽배해지고 이를 가장 잘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지역 문화다.
그러나 그동안 문화 시설과 예술 활동이 대도시에 집중해 지방 문화는 영세성 속에서 자기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지방 자치제가 비록 정치적 장치로 고안됐지만 그것으로 인한 결과는 모든 방면으로 확대돼야하고 문화도 그중 한 부분이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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