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사진조작 딱 걸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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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CBS방송의 간판 앵커였던 댄 래더의 오보를 파헤쳤던 블로거가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의 참상을 담은 외신 사진이 조작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찰스 존슨(53)은 지난주 영국 로이터통신이 배포한 사진을 보고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 베이루트 시내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건물 위로 솟아오른 검은 연기가 부자연스러웠던 것. "연기가 그렇게 일정한 패턴으로 감아 올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이 조작됐다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다음날 로이터통신은 성명을 통해 문제의 사진이 조작됐다고 시인하고 전 세계 계약사에 공식 사과문을 발송했다.

자사와 계약한 프리랜서 사진작가 아드난 하즈가 폭격으로 생긴 연기가 퍼져나가는 장면을 실제보다 더 많고 진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포토샵을 이용해 그려 넣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하즈가 촬영한 다른 사진도 조사한 결과 추가로 조작된 사진 한 장을 발견하자 그가 찍은 900여 장의 사진을 모두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새로 조작된 것으로 판명난 사진은 이스라엘 F-16 전투기 한 대가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상공에서 떨어뜨린 조명탄을 추가로 더 그려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존슨은 전문 음악인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겸 웹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4년째 '리틀 그린 풋볼(littlegreenfootball.com)'이라는 정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던 2004년 9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주 방위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을 제기한 CBS 보도 프로그램 '60분'에 의문을 제기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보도의 근거가 된, 당시 부시의 상관이 남긴 메모가 위조됐다"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메모가 30여 년 전의 것이 아닌 최신형 타자체로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때 존슨은 자신의 최신형 워드 프로세서로 똑같은 문체의 메모를 만들어 스캔해 블로그에 띄웠다.

파문이 확산되자 기존 언론매체들이 취재에 들어갔고 두 달 뒤 댄 래더는 은퇴를 발표했다. 여러 번 주류 언론을 '잡는' 특종으로 그는 일약 인터넷 유명인사로 떠올랐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와 워싱턴 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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