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게임「금」딴 뒤 은퇴할래요|여자 하키 국가 대표팀 주장 임계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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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m59cm. 59kg의 「짜리」가 스틱 하나로 강신이 즐비한 세계 여자 하키계를 야무지게 강타하고있다.「초특급 땅벌」「동양에서 온 환상의 스틱」등으로 외신의 격찬을 받고 있는 여자 하키 대표팀 주장 임계숙 (임계숙·26·통신공사) 은 수줍은 듯한 용모에도 세계 최고의 선수다운 예리한 눈빛을 발산하는 한국 여자 하키의 대들보.
제2회 챔피언 스트로피 대회(9월·서독)에서 6골의 득점에 올림픽 6강국의 타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세계 MVP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지난주 인터콘티넨틀컵 대회(뉴델리)에서는 l6골을 따내 최다 득점상을 받는 등 임계숙은 한국이 보유한 흔치 않은 구기 종목의 세계 최정상 선수.
지난 81년 온양 중앙 여종고 3년때부터 국가 대표로 발탁돼 대표 선수 생활 9년째인 임은 비인기 종목 하키가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의 설움과 고난을 직접 몸으로 느껴온 산 증인이기도 하다.
-운동 선수로는 단신인데 어디에서 세계 정상급의 힘과 스피드가 나오는지.
▲제가 좋아서 선택한 운동에서 만큼은 「절대 남에게지지 않겠다」는 오기가 있었습니다. 별로 좋은 미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격렬한 스포츠의 승부 세계에서 패배에 대한 반성과 자신에 대한 질책은 정상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실제 서울 올림픽 결승에서 호주에 패배한 이래 제 단점을 정확히 파악, 경기 흐름을 읽는 여유도 생기고 히트와 캐치 등 볼 감각과 시야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제 무대에서 최 강적과 라이벌 선수를 꼽자면.
▲올 챔피언 스트로피 대회에서 3-3으로 비기는 등 아직 한국이 한번도 꺾어보지 못한 호주팀은 스피디하고 골 결정력이 좋아 가장 버거운 상대입니다.
특히 호주의 리 케이프스라는 선수는 코너에서 센터링된 볼을 다이빙하며 논스톱 히트, 득점하는 능력이 놀라운데 저도 이 기술을 습득코자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비 인기 종목 선수로서 겪은 그간의 어려움은.
▲범뉴델리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축구 전용의 잔디 경기장을 빌려 연습하는데 잔디가 손상된다는 이유로 드리블만 하고 볼 히트는 하지 말라는 희한한 주문에다 휫가루로 라인을 긋지 말라는 바람에 포목상에서 흰 광목천을 사다 라인을 급조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제 모교인 서원대 하키팀이 재정 문제로 해체가 결정되고 실업팀이 4팀뿐인 열악한 현실에 서글퍼지지만 비 인기 종목은 좋은 성적을 내 인정을 받는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키를 시작케 된 계기와 장래 계획은.
▲온양 중앙 여종고 1년때 하키팀을 창단한다고 하기에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워낙 좋아해 「운동 선수가 되겠다」는 희망을 살리고자 주저 없이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말하기 쑥스럽지만 「하키」라는 이름을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내년 월드컵 세계 선수권 대회 (5월·호주)에서 홈팀 호주를 꺾어 우승한 뒤 북경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결혼과 은퇴에 대해 신중히 고려할 것입니다.
-한달 수입은.
▲연금(아시안 게임 금·올림픽 은)으로 5만원을 받고 소속팀인 통신공사에서 한달 평균 80만원을 받아 1백15만원정도 됩니다. 5%만 쓰고 나머지는 고향에서 밭일을 하시는 홀어머니 (이양우·62)에게 부쳐드리고 저축도 하고 있습니다. <최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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